(5)강원도 춘성군서 창작생활-소설가 이외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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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원도 가는 길엔 「코스모스」가 무더기 무더기로 피었다. 그 「코스모스」는 춘천을 지나 처녀 귀신이 나온다는 여우고개를 넘어 아직도 초가집이 남아있는 「샘밭」까지 이어져 있었다.
「샘밭」, 가을이 흐드러지게 익고있는 강원도 춘성군 신북면 율문3리 2방. 이곳이 작가 이외수씨(35)가 사는 동네다.
겉보리 서말 만 있어도 하지 않는다는 처가살이를 4년 가까이 하다가 9월초 처가 이웃에 2백50만원을 주고 산 이 집으로 이사를 했다. 대지 50평에 건평 13평. 대문 앞엔 「이탈리아·포플리」가 3그루 서 있는데 키가 30여m나 됐다. 이씨의 고향은 경남 함양. 그러나 공무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국민학교 때 강원도로 옮긴 뒤부터는 줄곧 떠돌이 생활을 했다. 『한해를 온전히 한곳에 머무른 적이 없었으니까-.』 이씨의 말이다. 말하자면 「샘밭」에 자기 집을 마련한 것은 이씨로선 20여 년만의 정착이 되는 셈이다.
『꿈꾸는 식물』『꽃과 사냥꾼』『개미귀신』 등 이씨의 소설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러나 76년11월 결혼한 그의 부인 전영자씨(29)가 79년도 「미스」강원에 뽑혔던 간호원 출신의 미인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의 단편 가운데 여자를 찾는 폐결핵 환자와 아름다운 간호원의 얘기를 쓴 『꽃과 사냥꾼』이란 것이 있는데, 실체 이씨가 결핵환자였고 아내가 간호원이었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 문학외적인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킨다. 이씨는 두 아들을 두고 있는데 「한얼」군(4) 「진열」군(8개월)이다.
「샘밭」은 특별히 아름다운 곳은 아니지만 이씨는 이곳에 흠뻑 정이 들었다. 이곳의 명물은 안개다. 가을부터 늦겨울까지 강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는 이씨를 미치게 만든다고 했다. 마을로 밀려오는 장엄하고 정열에 찬 안개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다고 이씨는 강조한다
밤이면 「샘밭」「코스모스」는 옷을 갈아입는다. 가장 애잔하고 그리운 옷으로 갈아입고 이씨를 한없이 고적케 만든다. 이럴 때면 이씨는 집 옆 강가로 내려간다. 달 밝은 밤에 달빛에 춤추는 「코스모스」들을 바라보며 흘러간 유행가를 부른다. 이것이 이씨의 그리움과 의로움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 손준식 기자 사진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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