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주택 짓는 법 배워 '착한 건축비'로 내 집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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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집사랑모임’ 회원들이 집 짓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저렴한 건축비로 내 집을 짓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

주택에 대한 인식이 돈을 버는 재테크 수단에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살기 좋은 집이 있을까. 수많은 건설업체가 지어 놓은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선택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직접 집을 짓는다면 좋겠지만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 집을 건축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시공부터 완공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교육시설이 있다. 건축의 중간단계를 생략해 소비자와 함께 목조주택을 시공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내 손으로 집 짓는 사람들이 모이는 ‘나무집사랑모임’을 찾았다.

목조주택 건축 실습을 하고 있는 회원들.

목조주택학교 열고 교육 시작

“집을 지으려면 우선 집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내가 손수 집을 짓든, 아니면 남의 손을 빌려 짓든 건축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건 천지차이죠.”

목조건축가들의 모임인 나무집사랑모임(이하 나사모)의 강산택(54) 대표는 목수로 10년 넘게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집을 지었다. 손재주가 좋고 꼼꼼한 성격 탓에 그가 지은 집은 건축주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소개를 통해 집을 짓는 것이니 저렴하게 해줄 것을 매번 요청받는다.

강 대표의 집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다른 업체에서 싼 자재로 집을 지어 건축비용을 낮춰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짓는 집은 ‘건강하지 못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소신대로 집을 짓는다. 그래서 강 대표는 무조건 싸면 좋다고 말하는 건축주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자재 단가를 맞출 수 없었기에 인건비를 절약해 건축비를 줄일 방안을 생각한 끝에 탄생한 것이 ‘나사모’다.

강 대표는 모임에 참여하는 목수들이 비용을 절감한다고 해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천안시 구성동에 목조주택학교를 열어 교육을 시작했다. 만약 직접 배워 내 손으로 집을 짓고자 한다면 이곳에서 5개월 정도 이론과 실습을 공부하면 된다. 같이 배운 동료나 미리 배워 실습에 투입된 선배 목수와 팀을 이뤄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스케줄을 맞춰 준다. 물론 팀을 꾸릴 때 팀장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시공과 자재 운영의 베테랑 목수가 맡는다. 나사모에는 현재 각 지역에서 팀장 역할을 하는 30여 명의 목수가 있다.

“건축주들의 취향은 전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인 사실은 사는 사람이 편해야 한다는 거예요. 내 집이라는 게 평생에 많이 지어도 한두 번 정도인데, 어설프게 지어선 안 되죠. 건축주도 배워서 함께 집 짓는 데 참여하면 머릿속으로 구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집이 나옵니다.” 강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목수들이 본격적으로 나사모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09년. 이듬해 나사모의 약관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 모임의 특징은 공사장 사진과 현황 등 현장 정보를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유하면 건축주와 팀원은 물론 일반인에게 그대로 공개된다. 자재 제조사와 제품명, 견적 내역, 총 건축비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사후관리 끝까지 해줘

나사모에서 팀을 이뤄 내 집을 짓게 되면 기존 업체보다 3.3㎡당 30%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시공할 수 있다. 물론 건축주가 직접 교육을 받지 않고 집 지을 목수 팀을 섭외해 집을 지어도 건축비 절감 효과는 같다. 건축주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주가 직접 자재상에 재료비를 주고 목수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져 투명하다.

공사한 목조주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도 분명하다. 일정한 기간을 두는 것이 아니라 회원이 시공한 주택에 대한 책임은 해당 회원이 끝까지 진다. “담임목수제 같은 구조예요. 집을 지은 사람이 그 집을 책임지는 거죠. 보통 건축회사의 경우 업체가 문을 닫거나 그 시공자가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그만두면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었어요.”

강 대표는 이른바 ‘집 장사’라 불리며 날림공사로 대충 짓고 비용을 받고 끝내는 일부 건축주의 행태가 못마땅했다. 그래서 생각한 제도가 집을 지은 팀원이 끝까지 사후관리를 해주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수백 채의 집을 지었지만 한 번도 하자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단다.

“나사모 약관 전문에는 3대 원칙이 있어요. 건축비 공개의 원칙, 건축주를 위한 집 짓기 원칙, 거품 제거를 위한 실용 원칙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만든 약관에는 목수들의 작업시간과 임금·사후관리가 명시돼 있어요.” 집 짓기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나사모의 운영 카페를 통해 자유롭게 문의하면 자세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나사모는 목조건축 활성화의 선두주자로 자부하며 다양한 건축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목수 실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화룡 교육원장은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한 공개 세미나를 매월 열고 있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건축교육으로도 인정받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1899-1408, www.nasamo.co.kr

글=이숙종 객원기자 dltnrwhd@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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