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4)제70화 야구에 살다(15)첫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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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흔히들 야구가 최근에 「붐」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있는 모양인데 사실은 초창기부터 우리나라에선 대단한 관심거리의 「스포츠」로 널리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이 경기의 호소력은 다른 어떤 종목보다 강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직접「플레이」를 하기 위해선 상당한 소질과 오랜 시간의 훈련이 요구되기 때문에 야구인구가 축구만큼 급속히 확산되거나 보편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조선체육회 창립이 구체화할 때인 1920년6월25일의 신문에 바다 건너 먼 나라 미국에서의 야구소식을 좁은 지면임에도 크게 게재한 것을 보면 이미 그 즈음에 야구가 만인의 흥미 거리가 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이십삼일에 거행한「세인트루이스」와 「뉴욕·양키」와의「베이스볼·매치」에는 팔십 년 역사를 가진 미국야구계에 처음 보는 장쾌한 일이 생기었는데 곧「뉴욕·양키」단의 선수인 「베이브·루드」가 굉장한「홈런」을 친 것이라. 당일「루드」의 「혼런」은 유명한 「프로」운동장이 생긴 이래 가장 멀리 친 것인데… 「루드」가 구경꾼의 박수갈채소리에 「배트」를 잡고 나아가서 둘째 번에 들어오는 빠른「볼」을 한번 치니 번개같이 「배트」에 맞은 「볼」은 공중으로 높이높이 날아 이천 오백 평이나 되는 운동장의 담을 넘어 시가에 있는 고가 선에 까지 날아갔다.… 이 「홈런」은 미국야구계에 전에 없던 한 상쾌한 것인데 그 이튿날 「뉴욕·선」신문은 이를 보도 하얏으되 <대저 위대한 자연의 힘을 나타내는 자가 있으니 제일은 「나이아가라」폭포요, 제 이는 「베스비이드」화산이요, 삼은 「베이브·루드」>라 하얏더라.』
그런데 이 미국「프로」계의 신화적 「홈런」타자「베이브·루드」의 대장 외 「홈런」이 나온 지 1년 반만에 우리나라에서 첫「홈런」이 탄생되었다.
1921년 10월31일 제2회 전 조선야구대회 첫날 마지막경기가 경성중 운동장에서 천도교 청년회 「팀」과 인천 영용단의 대결로 벌어졌는데 1회 말 천도교청년회의 첫 공격 때 모름지기 하나의 역사가 창조되었다.
영용단 박안득 투수가 채 「컨트롤」을 잡지 못했던 모양인지 천도구1번 정동이 사구를 고르고 2번 김주호가 좌전 안타, 이어 3번 손희운이 정석대로「번트」를 대니 1사에 주자2,3루가 되었다.
이때 문체의 4번 타자 손효준 (3번 손희운의 친형) 이 타석에 등장, 심기일전한 박안득과 두세 차례 실랑이를 별인 후 한번 호쾌하게 휘두르니 만장한 관중석의 일순 긴장된 침묵이 일거에 대함성으로 폭발했다.
좌축 관중석중간에 떨어지는「드리런·홈런」이었다. 이것이 전 조선야구대회 최초의「아치」임은 틀림없다. 그 이전 다른「게임」에서「홈런」이 필시 있었음 직도 하지만 확실한 기록이 없으니 나는 일단 손효준을 국내 최초의「홈런」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손효준은 당초 휘문에서 야구를 배워 당시「다까라쓰까」(보총)라는 일본「프로·팀」에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입단, 5번 타자에 1루수로 활약했으며, 거기서 이미 「홈런」을 날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야구의 대 원로 손효전은 해방 후 경전야구부장을 역임했고 60년대 초까지 야구협회 심판위원장으로 활약한 후 별세 했다. 그는 3·1독립운동의 33인 대표인 손병희와 한 집안이었다.
경기란 결국 대결이요 「싸움」이고 보니「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불상사의 내력도 야구사만금이나 오래 되었다.
1921년6원 배재 운동장에서 제1회 전 조선소년 야구대회가 전국에서 15개 「팀」이나 출전한 가운데 월남 이상재 선생의 시구로 개막되었다.
이 최초의 소년야구대회 결승전인 배재학교 소년부와 성서주일학교「팀」의 대전에서 우리나라 야구사상 최초의 폭력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이원용 주심이 진행한 이 7회 전 경기는 다분히 예상을 뒤엎어 성서주일이 4-2로 승리, 우승을 안게 되었는데 경기가 끝난 직후 4백 여명의 배재 응원단이 『성서의 김덕묵 선수가 18세를 넘은 부정선수』라고 주장하며 본부석에 항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욕설이 터지고 금새 본부석일대와 관중석은 집단 편싸움 장으로 돌변, 수명의 중경상자에 기물이 박살나고 우승기마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야구장의 열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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