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휴가 처방’ 받아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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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제생병원
류마티스내과 채지영 과장

휴가철이 되면서 바다나 계곡 같은 시원한 여름 휴양지들이 인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휴가는 나머지 반년을 잘 보내기 위한 훌륭한 쉼표다. 바쁘게 달리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평소에는 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중요하고 또 값지다. 하지만 오랜만에 휴식이라는 생각에 본인의 평소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휴가 일정은 되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하루하루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병을 호전시켜야 만성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특히 그렇다. 급격히 바뀐 환경과 생활 패턴 때문에 치료 계획이나 관리가 흐트러져 병세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진료하는 한 40대의 여성 환자도 휴가가 약이 아닌 독이 됐다. 가족과 함께 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기간 동안 시차가 적응되지 않아 숙면을 취하지 못한 데다가 빼곡하게 짜인 관광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때문에 그동안 잘 관리해왔던 류마티스 관절염 통증이 극심해져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내원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면역 체계 이상 때문에 생긴다. 외부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면역 세포가 오히려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30~40대 비교적 젊은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골 미란 (뼈가 얇게 까지듯이 손상을 입는 것)과 관절 파괴가 대표적인 증상으로, 방치할 경우 2년내에 관절의 70%가 파괴될 정도로 진행 속도가 빠르고, 관절 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신체활동이 어려워진다. 온몸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으나 보통 손가락 마디나 손목 등 뼈가 작고 관절이 약한 부위에서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본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약물치료와 운동 요법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치료는 관절 활막을 공격하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항염제, 스테로이드제, 항류마티스제 등을 통한 약물 치료를 주로 진행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 물질 자체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의 사용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약물 치료만큼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관절은 한 번 굳으면 운동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관절의 움직이는 힘과 이를 지탱하는 근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무리가 되지 않는 유산소 운동이나 저강도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또한 급격하게 체중이 늘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식단 조절도 필요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류마티스 관절염 앓고 있는 경우, 휴가 계획은 이와 같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와 관리 방법을 고려해 세우는 것이 좋다. 격렬한 활동으로 휴가를 즐기기보다는 무리하지 말고 적절한 휴식 시간을 포함해 전체 일정을 구성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산책이나 걷기가 포함된 관광 등을 여행 코스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여행지에서는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 주거나 간단한 맨손 체조를 꾸준히 하면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만일 여행지에서 관절 부위가 붓거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온찜질 보다는 냉찜질이 낫다. 마지막으로 휴가지가 멀거나 기간이 긴 경우에는 류마티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질환 상태를 체크하고 이에 따른 약물 치료 계획이나 주의 사항 등을 점검하는 ‘휴가 처방’을 받는 것도 건강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정기적은 병원 진료라는 평범한 건강 지침에는 쉼표가 없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만이 완치가 어려운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제대로 정복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잊지 말고, 이번 휴가를 진정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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