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의 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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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호」의 명화가 생각난다. 어느 농가의 어두컴컴한 등불아래서 다섯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감자를 먹고있는 광경이다. 1880년대에 그려진 이 그림은 「유럽」서민생활의 한 단면을 묘사하고 있다.
감자는 남미의「안데스」 산맥에서 살던 「잉카」 족이 처음 재배했다. 이것이 「스페인」의 탐험가 「프란시스코· 피사로」 에 의해 「유럽」 으로 퍼지고 우리 나라엔 16세기 이후 중국을 거쳐 전해졌다. 한자로는 마령서(마령서)라고 한다.
육식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감자는 .식탁에서 빠지는 일이 없다. 독일사람들은 감자를「쾨니히·폰·게뮤제」라고도 한다.
『채소의 왕』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튀긴 감자를, 영국과 북국사람들은 삶은 감자를 특히 좋아한다.
그러나 영국의 「펍」같은 간역 음식점에선「소시지」에 튀긴 감자를 수북히 곁들여 주기도 한다.
미국사람은 통째로 구워먹기도 하고, 다른 다채로운 요리들도 많다.
흔히 튀김 감자나, 바싹 말린 감자를 맥주안주로 삼는 것은 일리가 있다. 물론 담박한 맛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감자의 주성분인 녹말이 「알칼리」 성이어서 산성인 맥주와는 제격으로 어울린다. 고기(육식)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다.
감자의 영양가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1백g의 감자는 70「칼로리」쯤 된다. 더구나 기름(지방)기가 없어 타박타박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요리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충을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비타민」 B의 성분이 알맞게 들어 있어서 여름철 음식으로는 그럴 듯 하다.
독일에선 특히 돼지사육과 감자재배가 농가의 주업으로 되어있다. 기업농도 물론 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없어서는 안될 「아베크식물」로 되고 있는 것이다. 돼지고기 통조림을 만둘 때도 감자를 풍성하게 많이 넣고 함께 삶는다고 한다.
감자는「잉카」문명지대에서 처음 재배한 것을 보면 농법이 까다롭거나 조건이 좋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산지대의 척박한 땅에서도 잘 되는가 보다. 하긴 우리 나라에서도 강원도에서 감자를 많이 재배한다. 필경 여타지역에서도 잘 될 것 같다.
우리 나라의 감자연간생산량은70만t쯤 된다. 전체식량의 5%. 비중으로 보면 의외로 적다.
요즘 농수산부는 우리 농가에서 감자를 많이 심기를 권장하고 있다. 식량의 자급도가 겨우 60%에 불과한 우리농업현실에서 감자는 얼마든지 재배를 권장할만하다. 아울러 요리전문가들도 좀더 맛있게 먹는 「메뉴」를 개발해야할 것이다. 그러면 감자 재배도 저절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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