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산 전체가 한 덩어리 바위…안사의 낙수는 맑다 못해 푸른빛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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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산 전체가 한 덩이 바위다. 남쪽은 깎아지른 7백 척 벼랑. 억겁 풍상에 씻긴 흑회색의 거친 안산암 벼랑에 햇볕이 오색 무지개를 그리다말고 해풍에 부서진다. 제주 산방산. 남해의 수문장.
돌아서면 『쏴아』 바다다.
함성같이 가슴으로, 눈으로, 파도가, 바람이, 바다가 밀려든다. 눈이 시리다. 가슴이 떨린다. 망양의 아득함에 말을 잊고 선다.
○…해안에서 불과 1백여m. 가파른 풀밭을 오르다 길이 뚝 끊기고 깎아지른 벼랑이 하늘로 치솟는 어귀에 스무칸 남짓한 넓이의 자연동굴이 입을 벌린다. 제주 산경 중에서도 절품인 산방굴사-.
투명한 햇살과 해풍을 뒤로 굴 안에 들면 온몸에 스미는 한기. 아니 영기…. 『딩, 동, 댕!딩, 동, 댕!』 또 무슨 조화인가, 귓전을 울리는 해맑은 편경소리….
세칸 높이 천장에서 7줄기 약수가 떨어진다.
○…아득한 옛날 이산을 지키는 산방덕이란 선녀가 아랫마을 정도령과 사람에 빠졌다. 두 사람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으나 어느 날 악한이 나타나 정도령을 잡아가 버린다. 산방덕은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화석으로 번하고 지금도 그 눈물이 약수 되어 떨어진다…. 물방울이 맑다못해 파란구슬. 고려 고백 태일이 이 지사에서 면벽참선 끝에 득도한 인연으로 굴 안에 그의 비비가 있고, 지금도 어부의 아낙들이 고기잡이 나간 남편의 무사 귀환이나 득남을 비는 불공을 드리러 사철 발길을 끊지 앓는다.

<산방산=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사계리 소재. 서귀포에서 30분 거리. 높이 3백95m. 산 둘레 1천2백m)
사진 양영당 기자
글 김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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