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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총·학장회의 이문교장관 인사말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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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이제 하나의 전환기를 맞게되었다.
그동안 심각한 문제로 간주되었던 과열과외의 해소를 위해 비상한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교육체제에 있어서의 어떤 개선도 행정적인 조치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고, 교사·교수·학교관리자들이 교육자적인 양심을 가다듬고 새로운 마음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만약 학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관이 건전한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종래 과열과외를 낳게 한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다시 고교내신서를 겨냥한 새로운 치맛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교수학습의 방법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졸업정원제는 학점취득을 위한 여러가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또 우리가 새로운 책임감을 가지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믿음직한 인간교육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그 많은 대학의 문을 들어가 본 탈락생들이 기대수준이 높은 실업자들로서 우리사회의 안정을 결경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육체제에 있어서 어떤 개선도 물리적인 규제나 행정적인 조치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늘 낡은 부조리는 새로운 부조리로 변형되어서 끝없는 시행착오만을 되풀이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과열과외 해소를 위한 비상조치를 계기로 우리나라 교육을 위한 하나의 혁명적인 전기를 마련해야되겠다.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전환점에 서서 이러한 혁명적인 변혁을 관리해야할 책임자들이다. 물론 이번 비상조치가 우리나라 교육을 위한 바람직한 혁명을 가져올 수 있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관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혁되어야 하고, 우리사회의 고용체제가 바꾸어져야하겠다.
우리는 우리나라 교육의 혁명적인 변혁의 관리자로서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타성적인 운영과 관리의 방식을·완전히 지양해야 되겠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사학들은 우리나라의 공교육을 맡고있다는 높은 긍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재정운영과 인사관리에 있어 특히 대학다운 공공성을 제고해 주기 바란다.
만약 부정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만 운영될 수 있는 사학들이 있다면 운영을 포기하는 것이 민족교육을 위한 설립자의 뜻을 살리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교육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되겠다.
모든 학교의 생명은 질서라고 말할 수 있지만 고등교육기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내일의 우리사회의 지도층인데 만약 그들이 법과 규정을 업신여기는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온다면 그들도 질서를 대수롭게 여기지 앉게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고등교육기관들은 법과규정을 지키는 것을 생명처럼 생각함으로써 질서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을 길러야 되겠다. 이제부터 우리나라의 대학사회에서는 적당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풍조를 철저히 배제해야 되겠다. 그것은 앞으로의 우리나라 지도층의 인간교육을 위한 무거운 책임 때문에 우리는 그런 풍조를 극복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대학의 어려운 관문을 거쳐 들어온 학생들을 적당한 강의나 듣게 하고 학점이나 취득케 한 다음 졸업장이나 주어서 내 보내려고 생각해서는 안되겠다. 우리는 그들의 사람됨에 관심을 가져야하고 그들의 인문교육을 위해서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되겠다. 그들이 앞으로 나가서 생활할 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심한 사회이다. 그들은 그러한 사회 환경속에서 스스로의 직책을 책임있게 다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특히 유념해 줄 것은 졸업정원제로 인해 도중에 학업을 끝내야할 학생들도 이른바 탈락자로서가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교육을 받은 수료생으로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인간교육에서 배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 학생들이 만약 탈락자로서 무책임하게 우리사회에 배출되면 그것은 사회적·정치적인 불안의 요인이 될 것이다.
각급학교, 특히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에서 바람직한 인간교육을 위해서는 땀흘리는 노동교육을 권하고 싶다. 하계 또는 동계봉사활동을 대학의 실정에따라 보편화하든지 의무화하여 땀흘리면서 일하는 보람을 학생들이 익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졸업정원제에 의해 일정한 학생들을 억지로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른 길을 택하고 일자리를 얻어서나가도록 해야되겠다.
즉, 스스로의 자질과 능력에 따라 일찍 일자리를 찾아 떨어져 나갈수 있도록 교수학습의 방법을 개선·발전시켜야하겠다. 늘 배우고 싶고 쉴사이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사람만이 계속 남을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다. 교수학습의 방법개선에 있어서는 우리가 다루어야할 정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지식과 기술이 매우 빨리 변화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대학생들을 더 책임있게 가르치려면 이렇게 속도가 빨라진 학문의 발전을 숨가쁘게 쫓아가서 따라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이라는 것은 이미 개발된 지식의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서 의미있는 지식은 늘 교수학습의 과정을 통해 재개발되고 재창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와 같이 지식이 재개발되고 진리가 재발견될 수 있기 위해서는 연구와 교수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는 진리탐구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대학에서의 학문연구를 위한 이러한 자유는 「이데올로기」적인 제약도 받을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우리나라 대학에 자유가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나태한 안일성을 그런 주장을 통해서 감추려하는 것이 아니면, 대학이 누려야할 자유가 어떤 성격의 것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대학이 누려야할 자유는 학문의 연구와 교육을 위한 자유이지 집단행동을 통해서 사회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는 자유는 아니며, 더구나 폭력을 통해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는 자유는 아니다.
인간의 인격의 핵심은 자유지만 그는 자유를 포기할 자유는 갖지 않았다고 한다. 그처럼 대학은 모든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우리민족의 자유를 멸망시킬 수 있는 자유는 갖지 않았다.
지정학적인 조건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계사회의 상황에 의해서도 많은 시련을 겪지 않을 수 없는 우리민족의 지도자들을 배출해야 되고 또 우리의 문화를 개발해서 인류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해야되는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그 책임을 다 할 수 있기 위해선 우리는 심기일전 새로운 각오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대학들은 변화되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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