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빌딩숲 유리조형물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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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서울 서초동에 들어선 교보 강남타워가 색다른 환경 조형물로 행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건물 전면 왼쪽에 세워진 미술 장식품(사진)은 중세의 성당 건물을 꽃처럼 물들이던 유리 모자이크 기법을 쓴 적.청.백의 1백 42개 원통 기둥으로 하늘로 솟아오르며 밝고 경쾌한 바람을 일으킨다. 높이 4m, 길이 각 8m인 이 유리조각은 조각가 류근상(40)씨가 제작한 '코레아 환타지아'로 붉은 벽돌로 된 쌍둥이 건물에 맞춰 좌우 대칭 형식을 따랐다.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교보 강남타워는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미술 장식품을 직접 고르도록 선택권을 줘 화제가 됐다. 1백여점 작품 제안서 중에 마리오 보타가 고른 작품이 바로 류근상씨의 '코레아 환타지아'와 홍승혜씨의 '유기적 기하학'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작품을 설치한 류씨는 "중세 이탈리아 미술의 전통을 한국적 자연미로 승화시켜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면 작품에만 사용하던 유리 모자이크 기법을 입체 설치 미술에 쓰는 실험이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색유리 원판을 손톱만한 크기로 1백50만개 조각을 내 기하학적 도형과 문양으로 붙인 '코레아 환타지아'가 강남 빌딩숲에 한 줄기 신비로운 빛을 던지고 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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