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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과거를 땀으로 씻어낸다" 폭력배 순화교육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하나, 둘』『하나, 둘』-. 우렁찬 구호가 녹음속에 묻힌 경기도 모고지골짝을 뒤흔든다.
「어제의 주먹」들이 구슬땀으로 과거를 씻고있는 순화교육의 현장.
육군○○부대 삼청교육장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위해 애쓰며 심신을 단련하는 「주먹」들의 굳은 의지가 넘쳐흐른다.
이 순화교육장에는 최근 국보위의 사회악일소 특별조치에 따라 군·검·경합동단속반에 붙들린 폭력·절도·공갈배와 각종 풍기사범 등l7세의 청소년으로부터 55세의 초로에 이르기까지 5백여명이 지난4일 입소, 4주간의 순화교육을 받고있다.
머리를 짧게깎고 군작업복 상·하의에 검은 농구화 차림의 대열. 주름살 짙은 중년의 수련생만 없다면 그대로 신병훈련소를 연상하게 한다.
이들은 32명씩 1개소대를 짜고 4개중대로 편성, 상오6시부터 하오10시까지 훈련병과 똑같은 생활을 하지만 규율과 규제는 더욱 엄격하다.
수련기간중에는 흡연·음주가 금지되고 면회·외출도 안된다. 신문이나 「라디오」등도 읽거나 듣지 못한다. 특히 밤8시부터는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반성문을 써내야한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훈련은 유격체조. 예년보다 낮은 기온이라지만 한낮의 햇볕은 따갑다.
『하나, 둘』-. 교관의 구령에따라 현역병도 힘들어하는 유격체조를 강행한다. 체식훈련·포복훈련등 이들의「새사람만들기」교육과정은 빈틈이 없다. 그러나 이들의 수련모습은 너무도 진지하다.
중대장 방석간대위(32·경북출신)는 첫날 입소할때 험악했던 이들이 며칠밤이 지난뒤엔 신병못지않은 양순한 자세로 돌아간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현역병과 같은 당당한 자세로 『○중대○소대 수련생 안창석』이라고 밝힌 안씨(21·경기도평택군팽성면)는 흙과 땀이 밴 작업복에 더위도 잊은 듯 낮에는 고행하는 승려처럼 육체적인 훈련을 받고 밤에는 자아를 발견할수있는 시간을 가져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군당국은 신체가 허약하고 개전의 점이 뚜렷한 9명은 이미 퇴소시켰고 나머지는 연령별로 소대를 편성해 나이에 알맞은 체력단련을 시키고 있다. 최고령자인 55세의 김갑영씨(55·서울행당동)도『좀쉬라』는 중대장의 권유에도 아랑곳않고 지나간 과거를 씻어버리려는둣 고난을 견뎌내고 있다.
5일간의 교육중 수련생들이 가장 감명깊었던 시간은 지난 10일에 있었던 서울답십리동성복교회 이태희목사(38)의 설교.
이목사는 교도소 3번, 유치장 28번을 들락날락한 전과자로 새삶을 찾게된 경험을 들려주며 이들에게 제2의 삶을 찾도록 설득했을 때 많은 수련생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이모군(19·경북포항시)은 말했다.
훈련중 잠깐씩 갖는 휴식시간에도 이들은 조용히 과거를 반성하는 생각에 잠겼다. 홍장춘씨(29·서울창동)는 입소하던날 머리를 깎고 담배조차 피우지 못할때 한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지금은 지난날의 무절제한 생활습관을 고칠수있게 됐다며 기자가 권하는 담배조차 뿌리쳤다.
수련생들은 입소5일만에 벌써 자체적으로 정화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 정방면씨(45·서울행당동)는 군에서의 교육이 다른 어느 민간교육기관에서도 얻을수 없는 좋은 효과를 얻게했다며 자신을 『인생의 용광로에 들어온 철재』로 알고 모두 녹여 새사람을 만들고 있다고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목이 터져라 합창하는 군가속에는 『새사람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굳은 결의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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