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딱딱하다는 생각 바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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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해서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국민의 의식 속에 과학기술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올해 과학의 달에 열리는 기념 행사는 과거와는 달리 대중과 호흡하도록 꾸몄습니다."

4월 과학의 달 기념 행사 준비를 총괄한 한국과학문화재단 최영환(사진) 이사장은 "과학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도록 한차원 높은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올해 과학의 달 행사의 특징은 무엇인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잡았다. 과학이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의 장르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과학열차.열린음악회.거리과학축제 등이 그 대표적이다. 20일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열리는 거리과학축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행사가 될 것이다."

-과학 관련 행사를 여는 이유는.

"미국의 랜드 코포레이션(Rand corp.)의 2015년 기술예측서의 결론은 질문에 답이 될 것 같다. 그 보고서는 첨단기술의 발전은 국민이 과학을 알고 이해해주지 않으면 한계에 부닥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예를 들면, 강에 다리를 놓듯 그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도 않는 과학기술에 거액을 투자하려면 국민적 이해가 필수 요소라는 말이다. 과학기술자들의 목소리나 주장만으로는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과학 관련 행사는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국민의 인식을 높이는 작업을 소홀히 한 탓에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나, 과학자들의 사기가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학의 달에만 그런 행사가 반짝 열리고 마는 것 아니냐.

"사실 과거에는 그랬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완전히 다르다. 한두달 간격으로 큰 행사를 열어 국민의 관심이 과학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5월에 경기도 강화, 10월 광주시.경남 창원, 11월 충남 공주.제주 등 지역 과학축전이 준비되어 있다. 또 8월 대한민국과학축전,이공계 엑스포, 크리스마스 강연, 12월 한국판 크리스마스 강연을 기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행사가 많다. 모두 과학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꾸민 것들이다."

-한국판 크리스마스 강연은 어떤 행사인가.

"영국에는 1백88년 역사를 갖는 크리스마스 강연이 있다. 과학자들은 그 강연 연사로 뽑히는 것을 큰 영광으로 안다. 그만큼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유명세를 탄다. 이런 강연을 우리나라에서도 올 12월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다. 올해는 저명 과학자와 함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가수도 초청해 분위기를 한껏 띄울 예정이다."

-이벤트성 행사만으로는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신문이나 TV 등 전통적인 미디어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들은 지속적이고,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좁히면서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과학포털인 '사이언스 올'의 회원은 50여만명이다. 올해 말까지 1백50만명, 2005년 1천만명의 회원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 신문인 '사이언스 타임스' 창간도 이달 안에 한다."

-과학문화 확산이 관 보다는 민간 주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민간 주도의 행사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민간 부문이 너무 취약하다. 올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도 겨우 3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민간 부문이 커질 때까지는 정부에서 최대한 지원을 하고, 싹을 키워야 한다."

-각종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가 관건으로 보인다.

"과학문화 사업을 돈을 벌어 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으로도 수익사업으로 과학 관련 행사를 하는 곳은 찾아 보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복권 사업 수익금을 타서 쓰는 식이지만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다.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이나 개인이 과학 사업에 기부금을 내거나 투자했을 경우 세제지원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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