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징용 희생자 유해 봉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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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호 01면

일제에 의해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로 끌려갔던 한국인 유해 18구가 곧 조국으로 돌아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일 “러시아 당국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이달 28일을 봉환일로 잡고 필요한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은 일제에 강제로 합병(1910년 8월 29일)된 날을 뜻하는 ‘국치일’의 하루 전이다.

28일 18구 돌아와 … 정부가 추진한 첫 집단 귀환

이 작업은 국무총리실 소속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지원위원회’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이번 일은 사할린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첫 집단 유해 봉환 사례가 된다.

1930년대 말 약 15만 명의 한국인이 일제의 강점지였던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다. 주로 탄광에서의 채굴과 군사시설 건설에 투입됐다. 그중 약 10만 명이 제 2차 세계대전 중 다른 지역으로 다시 동원됐고 45년 8월 일제의 패전 때는 4만7000명가량이 남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사할린 또는 다른 러시아 지역에서 생을 마감했다.

90년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뒤 일부 유족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묘를 찾아내 개별적으로 유해를 한국으로 옮겨오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작업은 지난해 8월 희생자 한 명의 유해를 시범적으로 봉환한 경우뿐이었다.

18구의 유해는 사할린 현지에서 유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된 뒤 유골함에 담겨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이어 충남 천안시의 ‘망향의 동산’에 안장될 예정이다. 망향의 동산은 조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는 해외 동포들을 위해 정부가 76년에 국내외의 성금으로 조성한 묘역이다.

대일항쟁기위원회는 최근 3년간 사할린 지역 20여 개 묘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6000기 이상의 한국인 묘를 찾아냈다. 해당 묘의 유족이 확인되고 유족이 국내 안장을 원할 경우 추가로 봉환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정부는 당초 광복절인 15일 하루 또는 이틀 전에 유해를 봉환하려 했으나 러시아 당국과의 일정 조정에서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 채널을 통한 일본 측의 간섭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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