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를 심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 가정에 한 그루 이상씩 무궁화를 심어드리겠습니다. 』 나라꽃 보급에 앞장서는「무궁화봉사단(단장 심은상·32·서울종로구 교남동75석). 무궁화에 미친 한 젊은이가 중심이 돼 벌이는 이색운동이다.
시인 모윤숙여사와 정재각속국대총장, 송월주 조개종 총무원장 등을 고문으로 한 이 봉사단이 조직된 것은 지난6월20일. 그러나 단장 심씨는 이미 8년 전부터 강릉과 서울에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 「무궁화회」를 조직, 3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온 「베테랑」이다.
심씨는 일제때의 독립운동가이며 언론인이던 한서남궁 임선생의 전기를 통해 남궁선생이 무궁화심기운동의 창시자이며 일제들이 쫓아다니며 선생이 조성한 무궁화동산을 파내고 태웠지만 선생은 굽히지 않고 일제파출소 앞에까지 꽃을 심곤했고, 무궁화 노래를 만들어 민중에게 가르쳤다는데 크게 감동돼 이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72년 봄 대학(동국대)을 졸업하고 곧 고함인 강릉으로 내려가 무궁화심기운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들을 돌아다니며 뜻을 같이하는 학생 30여명을 모아 무궁화회를 조직하고 무궁화를 심었다.
묘목 살 돈도 회원들이 마련해야 했다. 학생들은 고학을 하듯 방과후마다 참고서 등을 외판해 묘목값을 벌었다. 한달 내내 팔면 1인당 1만여원씩은 되었다. 이 돈으로 묘목을 사 휴일이면 모두 삽을 들고 무궁화 심기에 나섰다.
학생들의 이 운동에 대한 열의는 갈수록 뜨거워져 졸업과 함께 떠나가는 의원들의 뒤는 새로운 학생들이 이어받았다. 이렇게 강릉에서의 4년 동안 2백 여명의 남녀고교생들이 무궁화회를 거쳐갔다.
76년 직장을 바꾸면서 심씨는 서울로 올라왔다. 강릉에서의 얘기를 들은 주위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나라꽃운동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강릉과는 달라서 무궁화를 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신 학생상대의 무궁화정신 고취에 중점을 두었다. 학교들의 협조를 얻어 학생들에게·무궁화교육을 시키며 회원을 모았다.
풍문여고·인덕실고·대경상고·광성고 등 20여 학교가 이 운동에 적극 협조했다. 무궁화묘목을 기증하는 교장선생님들도 있었다.
심씨는 보다 조직적인 무궁화심기운동을 벌이기 위해 이번에 무궁화봉사단(전화(75)9543) 을 창단했다. 춘천의 옛 은사 한 분이 4천 평의 땅을 봉사단애 회사, 무궁화묘포(묘포) 터도 마련됐다. 봉사단의 꿈은 크다.
부산·춘천 등에 지부도 조직돼 전국을 무대로 무궁화 「캠페인」을 벌일 작정이다. 어제까지와는 달리 나라꽃에 관한 계몽책자발행과 강연회·웅변대회·글짓기 등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씨는 나라꽃을 생활화하기 위해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대신 무궁화조화를 달아주는 등 우리 주변에서부터 국화사랑을 키워 나가자고 제안했다. <정춘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