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정보자료기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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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의 세계는 다극화·다원화·다양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국제정치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고, 경제·문화·과학·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분화현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정보의 홍수』라는 말도 이런 현상에서 빚어진 말이다.
더구나 정보매체는 기술문명의 여울 속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지구의 어느 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도 바로 눈앞의 일처럼 촌각을 다투어 전달되고 있다. 미국「디트로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공화당 전국대회가 엊그제의 일이 아니며,「이란」의「테헤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중시위도 마치 현장에서처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정보」나「사실」을 어떤 기준에 의해 대중에게 전달할까의 문제는 「저널리스트」의 책무와 함께 언제나 새로운 평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사실 1930년대, 가령 미국「샌프란시스코」의 주가가「뉴욕」「월·스트리트」에 알려지는데 3, 4일이 걸리던 시대에는「사실」그 자체의 보도만으로도 값어치가 있었다.
그러나「매스·미디어」의 기능이 확대되고 다양해지며 한편 동시성을 갖고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게 되면서「사실」그 자체보다는「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오늘 세계적으로 알려진 여론조사기관인「갤럽·폴」이 권위를 쌓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민주사회일수록 여론을 양적으로 측정하는 일이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저널리즘」의 기능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대중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센세이셔널리즘」이나「옐로·저널리즘」등은 모두 그런 대중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최근「런던」에서 열렸던 제32차「갤럽」국제조사회의에서「갤럽·폴」의 창시자인「조지·갤럽」박사가 제시한「저널리즘」의 새로운 명제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저널리즘」의 새로운 분야로 그는『「아이디어」보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나라의 안전보장은 물론, 석유·식량비축·자원개발·기술혁신·경제협력·문화교류·건강·교육문제 등 오늘의 세계는 너무도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다.「갤럽」박사는 한 나라에 적어도 60가지의 과제를 생각해볼 수 있으며, 이 지구상엔 1백51개국이 있으니, 그 문제는 무려 9천 가지나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오늘의「저널리즘」은「사보」의 전달이나 여론의 환기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고 이런 문제들을 알려주고 해결을 위한 정보자료까지도 제공하는 책무를 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세계는 불황에 휩쓸려 있다』는 사실의 보도보다는 세계의 1백50여 개국이 직면한 불황의 진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가운데 불황극복의 성공적인「아이디어」와 실패의 사례를 분석·정리해 알려주는 것이 독자는 물론 학자나 정책가들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산술적인 통계 같지만 1백51개국이 시행하고있는「인플레」대책을 한나라에서 평균 세가지씩만 추출해 본다면 무려4백50여 가지의「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환경과 여건이 비슷한 경우에 유용할 참고자료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의「저널리즘」은 그런 일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새 분야를 개척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갤럽」은 충고한다.
우리 주변엔 사실 불필요한 시행착오들이 너무 많다. 만일 오늘의「저널리즘」이 이른바「아이디어 보도」에 충실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은 시간적·경제적·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인 협조와 평화의 추구에도 한결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구나 평소에「나쁜 소식」「놀라운 소식」「충격적인 소식」에 짓눌려온 오늘의 독자들에게「아이디어」보도는 기쁜「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스컴」을 제작하는 자세나「매스컴」을 보는 눈이나 모두가 새로워져야겠다는 의미에서「아이디어」보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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