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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각 국의 예방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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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역사적으로 한 사회와 국가의 부패는 작게는 집권 세력의 붕괴로부터 크게는 그 사회와 국가의 몰락을 초래했다.
때문에 어느 사회고 존재 자체의 사멸을 막기 위해서도 부패 추방 노력이 성패간에 시도되었던 것이다.
영·미 선진사회에서 부패를 대표하는 것은 선거 자금 조달과 매표 등 선거부패여서 부패추방노력도 이방면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식민통치와 오랜 수탈적 관료 제도의 전통을 지닌 동남아·중남미 등지의 개발도상국가에서는 권력 내지는 관직에 결부된 권력형 부패와 관료부패 등 전사회적인 부패체계가 문제되는 게 보통이었다.
부패를 막는 요인으로는 흔히 한 사회의 도덕적 수준, 사회의 다원화에 따른 행정영역의 축소, 효율적인 부패방지제도, 공직자의 생활보장, 부패에 대한 시민의 혐오감과 투철한 고발정신 등이 지적된다.
특히 선진사회에서는 부패행위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고발을 비롯한 시민측의 활발한 이의제기가 효율적인 반 부패 방법이 되고있다.
미국소비자보호 운동의 기수인「랠프·네이더」는 관산복합체의 부당 이득에 대한 고발을 그의 사명으로 삼아 소비자 가격 인상의 배후 흑막 폭로에 주력했다.
이러한 활동이 부패를 당장 제거할 법적·물리적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패의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자각을 불러일으켜 이들을 부패의 감시자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언론의 활발한 부패 폭로 활동도 마찬가지다.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록히드」사건과「그러먼」사건은 언론의 끈질긴 보도로「다나까」수상의 퇴진과 구속, 그리고 관련자들의 자살, 구속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과 정치가·관료·기업인들의 자생이 커져 전체적으로 부패행위를 줄이는데 기여했다.
이렇게 시민「사이드」의 반 부패활동이 부패추방에 기여하는바가 크지만 권위주의적인 전통을 지닌 대개의 개발도상국가에선 집권세력에 의한 부패추방노력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면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여건을 지닌 동남아국가들의 부패방지노력은 우선 제도적 측면에서 시작되는 게 보통이다.
지난 60년에 제정된「싱가포르」의「부패방지법」은 부패방지를 위한 가장 포괄적인 법률이다.
이 법의 시행은 이법에 의해 설치된 수상직속의「부패행위수사국」이 맡는다. 부패행위 수사국의 비밀요원이 모든 공무원사회에 깊이 침투해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뇌물을 받다가는 언제 적발될지 모르는 위험부담을 안고있다.
특히 부패행위의 수사에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과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모든 관공서 공무원에게 증거·소명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은행의 계정·서류·금고까지도 조사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다.
또한 모든 국민은 부패행위수사국의 요청이 있을 때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법적인 의무를 지며 정보제공자는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직·간접의 뇌물수수가 모두처벌대상이며 관습상의 단순한 선물도 금지되어 있다. 만일 공무원이 외국인의 단순한 선물을 받고 싶으면 이를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고 급여에서 그 가액을 공제하게 되어있다.
뇌물을 받은 공직자는 물론 이를 공여 하거나 공여 키로 약속한 경우에도 똑같이 처벌된다. 뿐만 아니라 뇌물의 제공이나 약속을 받은 공직자가 증회자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을 경우에도 처벌을 받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공직자가 자기의 정상적수임에 비해 설명하기 힘든 재산을 자기나 가족명의로 갖고 있을 경우 부패행위의 증거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부패행위 수사국은 공무원들의 재산상태를 수시로 내사하여 교묘한 치부도 가려내고 있다.
이 법은 일반 공무원뿐 아니라 각료·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국영기업체 및 공익단체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적용된다.
「필리핀」에도 형법 외에 60년에 제정된「뇌물 및 부패행위방지법」이란 특별법이 있다.
이 법은 처벌 대상·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에 위반한 공무원에게는 징역형 외에 공무담임권을 영구히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뇌물을 공여한 증회자도 징역형과 정부와의 거래금지가 병과 된다.
또 공무원으로서 봉급 및 합법적 수입에 비추어 설명하기 힘든 재산이나 돈을 가진 것이 판명될 경우 해임사유가 되며 이 설명하기 힘든 재산은 몰수된다. 또 대통령·부통령·상하양원의장의 배우자 및 3등친 이내의 친척은 어느 형태로든 정부와의 사업거래계약에 간여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수뢰죄로 기소된 공무원은 직권행사가 정지되며 유죄가 확정되면 퇴직금 및 연금혜택이 박탈되도록 되어있다.
이미 47년에 부패행위방지법을 제정한 인도에서는 지난 62년 부패방지활동을 위해 국회의원과 공무원으로『「산타남」위원회』를 구성했다.
「산타남」위원회는 자체조사와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민원업무의 결재체제 간소화, 경제통계업무에 대한 관료의 재량권 축소, 행정감사강화와 도덕적 가치체계 및 사외경제구조의 변화 등의 장·단기 부패방지대책을 건의했다.
65년에 제정된 자유중국의 감란시기탐오치죄조례(비상시기에 대처한 탐관오리 처벌 조례) 는 처벌 규정이 어느 나라보다 엄격한 게 특징이다. 10년 이상의 징역에다 부패의 정도에 따라서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도 처할 수 있게 되어있다.
71년에 제정된「인도네시아」의 부패방지법은 20년 징역에 벌금 2천8백만원(한화)까지를 병과할 수 있게 되어있다.
동남아국가 중 공무원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로는「필리핀」을 들 수 있다.
미국이 공직에 취임한 후의 소득만을 신고대상으로 하고 정당한 수입을 초과하면서 소명되지 못하는 소득을 뇌물로 간주하는데 비해「필리핀」은 모든 재산을 등록하도록 되어있다.
「필리핀」에서는 중앙부처의 장은 대통령, 국회의원은 국회사무처, 일반공무원은 중앙부처장에게 취임 초와 격년1월 및 사임 또는 임기만료 때 재산과 부채 및 그동안의 수입·지출상황을 등록할 의무를 지며 재산등록이 부실하면 처벌된다.
이밖에 선진국의 특색 있는 제도로는 미국「공무원윤리법」의 공직자가 받은 1백「달러」이상선물의 국가 헌납제도와 공무원 퇴직 후 일정기간(1∼2년) 유관기업체 취업금지제도 등을 들 수 있겠다.<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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