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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토·클럽과 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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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벤저민·프랭클린」의 『자서전』을 보면「전토·클럽」(Junto) 얘기가 나온다. 「전토」란 원래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회합을 뜻한다.
「프랭클린」은 20대 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려 독서「클럽」과 같은 것을 만들었다. 회원들은 각자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서로 나누어 읽기로 한 것이다. 그런 활동을 「전토·클럽」이라고 했었다.
회원들은 이 활동을 통해 폭 넓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읽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토론회까지 가졌다. 이런 기회를 통해 회원들은 서로 비평안을 갖게 되었고 교양의 안목도 높아졌다. 회원은 5O명에 국한했었지만 그 수가 점점 늘어 날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이 「전토·클럽」 운동은 「필라델피아」에 머물지 않고 미국전역으로 번졌다. 오늘의 미국이 출판·장서·도서관의 수에 있어서 단연 세계의 으뜸인 것은 이와 같은 「프랭클린」의 독서운동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도서관실태는 인구 32만7천명에 하나 꼴이다. 1인당 평균 도서 수는 0.027권. 1천명이 27권의 책을 갖고 있는 셈이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 한사람이 3권씩의 도서를 갖고있는 나라와는 새삼 비교 할 수도 없지만, 인구가 6억이 넘는 인도도 우리보다는 나은 실정이다.
필경 장서의 질을 보아도 우리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형편이다. 현대와 같은 정보문화시대에 도서관의 시설은 고사하고, 그 절대수가 부족한 것은 다시금 우리의 문화수준을 들여보게 한다. 「프랭클린」이 「아메리카」 대륙에 밀려든 이민들을 일깨워 무엇보다도 우선해 독서「클럽」 활동을 펴기 시작한 것은 비록 작은 시도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 뜻은 엄청난 것이었다. 인구수와 비슷한 장서와 7천2백여 개의 도서관을 갖게된 오늘의 현실은 사실 그런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문화마저도 중앙집권적이고 도시 집중적인 현상 속에서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도서관의 구실은 결코 미미할 수 없다. 서울에 더 많은 도서관이 있기보다는 지방에 골고루 흩어져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
중앙일보·동양방송은 지난75년 창립10주년 행사의 하나로 매년 지역사회에 도서관을 건립 기증해오고 있다. 이미 진해·강릉·경주·충주·군산·천안·전주 등지에 중앙도서관을 기증했었다. 오늘은 수원에서 건립·준공식을 가졌다. 지역사회발전의 기념비적인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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