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능률적인 여름철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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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람의 두뇌활동이나 학습능력은 기온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특히 여름철에는 무더위와 높은 불쾌지수로 주의력·집중력이 감소돼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다 아는 일이다.
특히 금년은 예년보다 철이 빨라 작년 이맘때 보다 3∼4도가 높은 섭씨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을 제외한 각급 학교는 법정수업시간에 묶여 절기에 관계없이 똑같은 량의 수업을 할뿐 아니라 중·고생의 경우는 과외수업의 양성화·교내화란 이유 때문에 따로 2시간씩의 보충수업까지 받아야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교사가 염열에 약한 목조건물인데다 학생 수에 비해 엄청나게 좁은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를 해야한다. 한증막이나 다름없는 이런 환경 속에서 하루 8, 9시간씩의 수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학습능률을 떨어뜨림은 물론 성장기청소년들의 건강에도 큰 위해 요인인 것이다.
기후조건이나 경제사정 등의 차이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선진국에서 겨울방학은 있으나마나하게 짧은 대신 여름방학을 2, 3개월씩 주고있는 것은 여름철에는 수업을 능률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각각 45일 정도씩 해오던 것을 73년 「오일·쇼크」이래 겨울방학을 55일로 늘리고 그 대신 여름방학은 35일로 줄여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비상대책에 따라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임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름철의 수업이 학생들의 학습진척에 실제로 도움이 되지 못함을 뻔히 알면서 법정수업시간에 묶여 다른 계절과 똑같이 강행한다는 것은 전반적인 학교교육이 너무 형식에 치우치지 않나 하는 감마저 주고 있는 것이다.
「공부」라고 하면 으례 교과서나 공책위주로만 생각하는 것은 낡은 교육제도의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공부」의 뜻은 교과서나 공책보다는 각급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몸소 무엇인가를 행함으로써 저마다 독자적인 경험을 쌓게하는 데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껏 호기심이 많은 성장기아동들에게 여름철은 자연을 배우고 친할 수 있는 절호의 계절이기도 하다. 산과 들, 바다와 강 어느 곳이나 살아있는 구장이다. 청소년들이 물가나 계곡을 찾아 호연지기를 기르도록 하는 것이 능률이 오르지 않는 여름철 하오 수업을 강행하는 것 보다 교육의 목적에도 부합된다고 우리는 본다.
또 겨울방학이 상대적으로 너무 긴 것도 문제다. 학생들의 생활이 나태해지고 학습공백으로 학습의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이 때문에 많은 가정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과외공부를 시켜야하는 등 긴 방학은 새로운 가계부담의 요인마저 되고있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겨울방학기간을 10일 연장함으로써 절약되는 연료비는 학급당 2만5천원이라고 한다. 학생 한 사람으로치면 약4백원 꼴이 되는데 여름방학을 단축하고 겨울방학을 늘린데 따른 교육적 손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정부의 예산이 모자란 반면 연료비 일부를 학부모 부담으로 해서라도 모든 방학기간을 정상화해야하고, 최소한 현재와 같은 비능률적인 여름철 하오 수업은 단축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실로 2세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에너지」절약의 차원을 넘은 정책발상과 행정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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