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생 작가들 100주년 문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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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 주최의 '2003년 탄생 1백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24~25일 이틀간 열린다. 1903년 태어나 올해 탄생 1백주년이 된 작가들은 권환.김기진.김영랑.김진섭.송영.양주동.윤극영.윤기정.이은상.최명익 등 10명이다.

주최 측은 이들 중 상당수가 염군사(焰群社)와 파스큘라.카프(KAPF) 등 경향문학 단체에서 활동했던 점에 주목했다. 김기진은 파스큘라, 송영은 염군사의 핵심 인물이었고 윤기정.권환 등은 KAPF의 방향 전환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

양주동은 스스로 중간파라 자처하며 좌.우 문단 통합을 중재했다. 당시 신문.잡지가 활성화 돼 계급문학과 국민문학 간 논쟁이 진행됐다. 때문에 이번 문학제의 주제는 '논쟁, 이야기 그리고 노래'다.

이번 행사 기간에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이들 10명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1920년대의 문단 지형.작품세계 등을 조명할 예정이다. 또 25일 저녁 서울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에서 개최될 '문학의 밤' 행사는 문학 토크와 작품 낭송 등으로 꾸며진다.

문학 토크에선 유족들을 통해 작가의 생전 모습을 들을 예정이다. 이 중 46년 월북한 윤기정의 장남 윤화진(67)씨의 고백이 눈길을 끌 전망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월북자의 가족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기관원들의 감시 대상으로 살아야 했던 세월,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월북 전 아버지의 모습 등을 털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어려운 여건 속에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공부,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전문위원.성원건설 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최근 아버지가 이념에만 치우치지 않고 훌륭한 작품들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동안 쉬쉬했던 아버지 얘기를 이번 기회에 공개할 것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더이상 아버지를 상처로 묻어두지 않고 연구 희망자가 있을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고 한다.

이향지(61) 시인은 시아버지였던 동요작가 윤극영의 살아 생전을 회고한다. 김영랑과 권환의 시 낭송, 이은상의 가곡 '가고파', 윤극영의 동요 '반달' 등을 듣는 순서도 준비된다. 02-721-3202,3.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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