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알 수 없는 나라 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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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간 「자카르타」현지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열띤 화제 거리는 급사한 한 육군소장의 재산상속을 둘러싼 법적 처리문제였다.
「인도네시아」국영석유회사의 경리부장직을 맡았던 이 소장이 얼마전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하자 근의 둘째 부인이 남편명의로 「싱가포르」은행에 예금되어있던 8천만「달러」를 재빨리 찾아간데서 발단된 것이다.
이를 안 장남이 뒤늦게 상속권이 자기에게 있음을 「싱가포르」법원에 제소하자 이번에는 「인도네시아」정부가 끼어 들어 『그 돈은 국영석유회사 경매부장으로 있으면서 착복한 뇌물일테니 국고에 환수시켜야 한다』고 주장, 삼파전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사건의 결말이야 어떻게나든 이곳사람들의 관심은 『해외로 빼돌린 돈이 어디 「싱가포르」은행뿐이겠으며 게다가 경리부장이 그 정도면 그 윗사람은 또 얼마나 축재를 했겠느냐』는데에 있었다.
「자카르타」의 모 음식점에서 우연히 어울린 한 청년은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일러주면서도 전혀 흥분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축구경기 이야기하듯 했다. 일상적이라는 것이다.
『「코리아」는 그렇지 않겠지』하는 청년의 지나가는 물음에 『물론!』하고 딱 잡아뗐다. 그는 나의 단호한 부인을 완전히 믿는다는 표정이었다.
현지에 나와 있는 우리상사직원들은 상담이나 관공서 일에 있어 「제줄」을 잡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애로를 털어놓았다.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는 표현도 얼른 납득이 갔다.
유능한 「세일즈맨」이 되려면 「제줄」을 재빨리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일을 너무 잘해낸 바람에 탈을 대고있는 일이 있었다.
T개발·N개발 등 7개의우리나라 원목수입회사가 현지에 진출하고 있는데 원목을 베면서 재식목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인도네시아」원목수입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인도네시아」정부가 자국의 산림자원보호를 목적으로 원목을 채벌해 가는 외국인사에는 「리플렌테이션」(재식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의 능력(?)있는 현지회사들이 「리플렌테이션」을 거의 하지 않은채 계속 나무를 베기만 해온 것이 말썽이 됐다는 것이다. 관계직원을 통해 「적당히」해온 것이다.
가뜩이나·대원보호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사실을 내세워 「인도네시아」정부는 대한원목수출을 3년 내지 길어야 5년 후에는 완전히 금지할 방침이라고 한 관계자가 걱정했다.
출국할 때 마침 국내 제1의 합판「메이커」인 동명목재 부도설이 나돌던 터라 매우 언짢은 소식이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원목 값 상승추세나「인도네시아」의 강경한 정책전환으로 봐서 국내 합판회사의 살길은 국내공장을 이곳으로 옮겨오는 방법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초행길에 주마간산 식이었지만 아무든 「인도네시아」는 얼른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많았다. 「수하르토」대통령 자신도 『최소한 10년은 걸려야 퇴치할 수 있다』고 고백할 정도의 뿌리깊은 부정부패. 3모작을 할 수 있는 기후에 취업인구의 60%가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쌀을 수입하는 게으른 민족인가 싶은 반면에3천여 개의 섬으로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불과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하사·인도네시아」어가 어엿한 국어로 어딜 가나 통용되고 있었다.
이 일을 치러낸 「스카르노」는 쫓겨난 신세였으면서도 모든 「인도네시아」인의 자부심으로 대표되고 있었다.
비록 1인당 국민소득이4백「달러」도 채못되는 경제열등국이지만 자기네 나라가 「아세아」의 중심임을 믿고 있었다.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자원이 인구1억4천만명에 의해 소화될 수 있을때를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듯 싶었다.
공항을 떠나면서 『「오스트레일리아」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인도네시아」가 쳐들어오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장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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