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친절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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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최근 침대를 사기 위해 114에 가구회사 전화번호를 물었던 임한준(42)씨는 안내원의 친절한 응대에 깜짝 놀랐다. 전화번호를 알려주기에 앞서 "고객님 더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林씨는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자주 접하는 114가 단순한 전화번호 안내에서 벗어나 고객의 상담자.해결사는 물론 인터넷 포털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114 안내 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1935년. 당시 경성 중앙전화국에서 전화번호부를 보고 번호를 알려줬다.

우리 국민은 한해에 10억회 가량 114를 누른다. 국민 1인당 한해 평균 22회 정도 안내를 받는 셈이다.

114는 2001년 7월까지는 KT(당시 한국통신)의 사업부문이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서비스 요금으로 인해 매년 1천3백억원 가량 적자를 내자 KT는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이 부문을 분사했다.

114 안내는 한국인포서비스(KOIS)와 한국인포데이타(KOID)라는 두 회사가 담당한다. KOIS는 서울.경기.강원 등지를, KOID는 충청 이남 지역을 맡고 있다. 두 회사 모두 KT가 약 19%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KT.KOIS.KOID 사원이 보유하는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다.

확 달라진 114 안내 =114에 전화번호를 물을 때는 보통 ○○○동에 있는 특정 상호의 번호를 알려 달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맛있는 중국집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식의 문의도 많다. 그런 점에 착안해 지역별, 업종별로 우수 업체를 등록해 불특정 상호를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안내하는 '우선번호 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KOID는 이 서비스로 지난해에만 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114안내 대기 시간에 광고를 듣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산불 예방 등 공익 광고를 대기하는 동안에 들려주는 것이다. KOID는 지난해 KT의 소비자 접점 역할을 하는 고객센터(100/110번)업무를 수주했다.

KOID 신영무 경영지원본부장(53)은 "안내원 업무 능력과 114 운영 노하우 등이 강점으로 작용해 KT 콜센터를 수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KOIS는 콜센터 사업을 하는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재택근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택근무의 114안내 콜센터 시설을 초고속통신망으로 현대화해 24시간 근무체제를 구축했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현재의 114 안내 요금 (1백원)은 원가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다 휴대전화와 개인휴대단말기(PDA)등 전화번호 기억 매체들이 많이 나오는 추세를 감안하면 유선전화 중심의 114콜은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KOID는 전화번호 검색 포털 사이트인 렛츠114 (www.lets114.co.kr)를 열었다. 또 지난달 5일에는 꽃배달 서비스인 '렛츠114 플라워'(www.lets114flower.co.kr) 사업도 시작했다.

오는 5월 중에는 화면 보호기를 이용해 개인 맞춤 정보.상품.광고를 실시간 제공하는 렛츠114 파워스크린 사업을 시작하며 텔레메틱스(★), 음성인식 보이스 포털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KOIS도 현재 '나이스114(www.nice114.co.kr)'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전화번호 검색은 물론 생활정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114 안내 서비스를 웹에서 제공하는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도 하고 있다.

KOIS는 이 서비스를 활성화해 위치정보.생활정보 서비스 등을 하는 종합포털로 성장시키고 3차원 지도검색과 전화번호 다량 검색 e-메일 통보 서비스, 전화번호 관리 대행 서비스, 한영.한일 자동번역 등도 할 계획이다.

올해 말에는 무선 단말기를 이용한 전화번호 검색과 근거리 업종 검색을 통한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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