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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힌두 여신처럼 … 얇은 옷, 3㎏의 장신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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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
이옥순 지음, 서해문집
288쪽, 1만5000원

머리에는 진주와 보석을 빼곡히 달고, 진주 목걸이를 허리까지 늘어트렸다. 팔·손목·손가락·발목·발가락까지 보석 팔찌와 반지를 빈틈없이 걸쳤다. 코에는 가느다란 고리에 큰 진주 두 알과 루비를 박은 장신구를 걸었다.

 한 영국 작가가 1835년 인도 여성을 묘사한 내용이다. 당시 인도 상류층 여성이 몸에 두른 금 장신구는 보통 3㎏였다. 여행가 이븐 바투타는 인도의 결혼식을 보고 “신랑 옷에 보석이 너무 많이 달려 옷의 본래 색을 알 수가 없다”는 기록을 남겼다.

 인도에서는 아무리 피부·몸매가 좋아도 장신구 없이는 아름답지 않다고 봤다. 2008년 인도의 금 소비량 713t 중 501t이 장신구로 쓰였다. 장신구가 행운을 가져오고 악을 막아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보석은 신과 우주의 상징이었다. 이처럼 미(美) 인식 바탕에는 고유의 사상과 믿음이 있었다.

 인도 델리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기원전 1500년부터의 기록을 토대로 인도의 아름다움에 대한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출판사의 ‘아시아의 미’ 시리즈 20권 중 첫 번째 책이다.

 인도에서 장신구만큼 아름답게 여겼던 것이 몸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 즉 누드다. 여인들은 고대로부터 바느질하지 않은 한 장짜리 천을 입었다. 여성의 전통 의복인 ‘사리’다. 얇은 옷감을 몸에 둘러 아래로 늘어트리는데 속이 다 비쳤던 것도 많다. 자연 그대로인 여성의 몸 자체를 아름답게 봤기에 나체에 ‘음란함’이란 개념은 끼어들지 못했다. 따라서 옷은 가볍게, 장신구는 무겁게 하는 것이 인도의 전통적 아름다움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인도인들은 부끄러움을 배웠다.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이 심어준 감정이다. 머리부터 발까지 가리는 영국식 의상이 아름답게 여겨졌고, 인도 여성의 나체는 천박한 것으로 자리했다. 지나치게 화려한 장신구도 비난을 받았다. 매춘부만이 상체를 가렸으며 장신구로 신을 숭배했던 인도에 새로운 아름다움이 등장한 것이다.

힌두 여신의 풍만함을 꿈꾸던 인도 여성들은 이제 하얀 얼굴과 마른 몸을 꿈꾼다. 책은 인도뿐 아니라 각 나라의 미인들이 서로 닮아가는 현상을 그리며 끝을 맺는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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