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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질구출작전의 실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카터」 미국 대통령의 인질구출작전 실패는 그 개인의 정치생명은 물론 미국의 위신과 이익에도 다대한 손실을 끼쳤다.
특공작전이란 본래가 성공하면 영웅시되고 실패하면 치욕이 되는 것이나 이번의 「카터」대통령의 실패는 특히 더 참담하다.
그는 분명 이상주의자로서도 실패했지만 집권 후의 현실주의자로서도 일단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후보 시절의 「카터」대통령은 힘의 철학을 배격하고 이상과 도덕의 정치를 내세웠다.
하나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대통령「지미·카터」씨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와선 50년대적인 냉전의 기수들을 점차 닮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어떤 특정한 이념형이 아니었던 그는 매사에 충분히 이상주의자도 아니었고 충분히 현실주의자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투철한 「힘의 철학」 신봉자도 못되었다.
이러한 모호성은 그의「이란」정변에의 대처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 그는 「팔레비」왕정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힘의 사용을 시도할 만큼 단호하지도 못했고, 「이란」인의 민족주의와 「팔레비」체제에 대한 한을 건드리지 않을 만큼 개혁적이거나 선견지명이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팔레비」의 미국 망명이 있기 전에「테헤란」주재 미대사관측에서는 미국이「팔레비」를 받아들이면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다.
그러나 「카터」대통령은 결국 「키신저」와 「록펠러」의 「로비」에 밀려「팔레비」의 입국을 허용했으며 그 결과 미대사관 직원들이 희생을 당하게 되었다.
지난날의 충실한 벗을 따뜻하게 맞아들인 「카터」대통령의 의리를 나쁘다고만 탓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의리의 대가로 초래한「테헤란」의 극렬한 반미선회와 인질사태는 그의 이상주의로도 설명되지 않고, 그의 현실주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상주의적「비전」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고 현실주의적 국가 이익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 셈이다.
일단 저질러진 이런 자가당착에서 발을 빼기 위해 「카터」대통령은 또 다시 이중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호메이니」에게 보낸 도로의 친서 가운데서 그는 분명 사과와 유감의 뜻을 표해 강대국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위신을 잠시 뒤로 밀어 놓았다.
그러나 그와 거의 때를 같이해서 추진해 오던 무력을 구사한 특공대작전 마저도 이번에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만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란」은 더욱 더 거칠어지고 친소화할 가능성이 짙어졌으며, 「카터」대통령은 선거전에서의 이번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더 초조해지고 모험주의적이 될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서구 각국들도 「카터」대통령의 그런 모험과 시행착오에 언제까지 함께 동조해 줘야 할지를 가늠하지 못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곤경에 처해서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상기해야 할 일은, 기왕에 저질러진 실패나 실수를 자인하지 않기 위해, 또는 그것을 이용해 선거전의 정치적 「라이벌」을 매장하기 위해 공연한 싸움을 일삼아선 안 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모적인 싸움이 과거 월남전 당시 미국을 얼마나 피폐시키고 소모시켰던가를 회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카터」대통령의 즉각적인 책임자인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며 미국의 야당이나 당내 경쟁자들도 문책에만 집착하지 말고 초당적인 대처로 미국이 입은 국제적 위신손상을 회복하는데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이란」과 제3세계 민족주의를 대하는 미국의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요망되며 그것을 위한 미국 조야 각계의 대토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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