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한 노사관계의 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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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북사건」을 계기로 노사문제가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정부·사용자·근로자가 모두 나름대로 사북사건을 평가해 보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노사문제를 원만하고 평화스럽게 해결해 나가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사용자측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대한상의·무협·경영자협회 등에서 사북사건에 책임을 느끼고 노사문제에 좀더 전진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뜻을 밝히고 있는 것은 노사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용자측이 뒤늦게나마 노동기본권 제한으로 인한 폐해를 깨닫고 노사협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사실은 앞으로 과격한 노사 분규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주요 경제 단체들이 이번 광부 집단행동을 거울삼아 내놓고 있는 견해를 요약하면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등에 기업인은 성의껏 대한다는 것이며 쟁의가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의 통로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사문제에 대한 원천적인 처방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면서도 듣기에는 생소한 감을 주고 있으며 어째서 일찍이 그러한 측면에 손을 쓰지 않았던가 하는 반성의 자료마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것은 노사관계의 본질일 것이다. 노사관계의 흐름을 짚어 보면 서구의 산업혁명 시대에는 봉건적 인습이 그대로 이식되어 노사 쌍방은 계층의 대립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이 잡히면서 복지 국가를 이상향으로 설정하고 그를 지향하게 되자 계급의식은 소멸되었으며 그 영향은 산업계에도 파급됨으로써 노사는 항쟁이나 대립 관계가 아니고 공존하는 사이로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가까운 예로 일본의 춘투가 지난날에는 과격한 집단행동에서 이제는 노사협의 형태로 바뀌고, 일본 경제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 노사 협력의 색채를 농후하게 띠어가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경제계를 비롯, 온 국민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부드러운 노사협조에 있다는 것을 힘모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우리의 노사관계도 격렬한 적대 의식에서 벗어나 좁게는 가계와 기업의 성장, 넓게는 국민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도록 변모해야 된다는 모든 이의 요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북사건의 교훈은 건설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소화되어야 만한 다는데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제까지 긍정적이 못되었던 노사관계의 병폐가 어디에 잠재하고 있었나를 끄집어내어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나 근로자를 똑같이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관점 아래 항상 중립적인 위치에서 좋은 조정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
노조 운동을 도구화하려거나 사병화하려는 의도가 만의 하나라도 있다면 깨끗이 손을 씻을 일이다.
사용자측은 능력이 있는 범위 안에서 종업원의 생계를 보장해 주고 대화를 하는데 인색치 말아야 한다.
종업원이 정성을 다해 일해야만 기업도 발전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진리가 아닌가.
근로자는 기업의 번영이 곧 내 가정의 안온과 직결되므로 기업과 공동운명체에 있다는 인식을 애써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기본권이 억압받지 않도록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은 물론, 그것을 건실하게 구사하는 매끈한 기술도 익혀야 된다.
우리의 경제 현실은 어느 때보다도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하기에 밝은 노사관계의 형성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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