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의 과학교육은 기초도 전문 부문도 미흡하다|도제 형태의 연구실 조성, 전문교육 대학원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재13회「과학의 날」을 맞아 과기처의 후원으로 『80년대 과학기술정책연구 「세미나」를 가졌다. 전환점에 선 80년대 과학기술의 방향을 모색키 위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①과학기술 개발 전략 ②과학 수준의 향상 ③기술 수준의 향상 ④기업의 기술 혁신 방향 ⑥「에너지」 기술개발 방향 ⑥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제고 방향 등 6개의 주제로 나누어 진행됐다. 이번「세미나」에는 학계·국가 연구소·정부 기관·민간 기업 및 연구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86명의 전문가들이 참가, 주제별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다음은 제2분과에서 토의된 「80년대 과학 수준의 향상」을 요약한 내용.
기초과학의 발전 향상을 위해서는 우수 과학자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며, 우수 두뇌 배출의 성패는 과학교육이 좌우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및 학술 연구 체제는 해방후 답습된 일본 제도와 새로 유입된 미국 제도의 혼돈 속에서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철학없는 제도가 형성, 고착되었다.
이 때문에 교육의 운영 단위가「유럽」에서는 교수, 미국에서는 학과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단과대학으로 되어 있어 고등학교식 교육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도 미국의 경우처럼 대중교양교육으로 그치는「칼리지」와 학문의 토대를 닦는 「유니버시티」로 구별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대학은 대부분 기초·교양 교육에 중점을 두고 전문교육은 대학원으로 넘겨지고 있으나 우리는 대학4년 중 1∼1·5년은 교양 교육을, 나머지 기간은 전문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어 기초와 전문 모두가 미흡한 상태다.
80년대 대학진학율이 척15를 넘어서면 대학은 옛날과 같은 「엘리트」 교육만을 실시할 수는 없으므로 대학 교육이 대중화하게 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전문교육 기관인 대학원의 확충이 조속한 시기 안에 이뤄져야 한다.
빠른 기간 안에 조치가 취해지지 앉으면 전문교육을 담당할 교수 확보가 어려워 과학교육은 침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재기하려면 더욱 많은 노력·시간·경비가 들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설·장비의 보충으로 이는 학교당국은 물론 정부에서도 제도적 조치 및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의 연구 제도 개선도 커다란 과제의 하나다.
일본의 경우 명치유신을 하면서 2백명이 넘는 외국인 교수를 유치, 후배들이 충분히 성장하여 교수 후계자가 될 때까지 연구실을 이끌어 나가는 전통을 심어 뒀다. 우리의 경우는 한 교수의 연구가 종적으로 연결되면서 장기간 진행돼 좋은 결과가 나오는 풍토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학 연구의 촉진책으로서 도제 제도형태의 연구실 조성이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기초과학 연구의 관건은 연구소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여부에도 달려 있다.
연구소를 설치하는데 있어「이스라엘」의 「바이츠만」연구소 등과 같이 종합 연구소를 세울 것인가, 독일의「막스·프랑크」처럼 분산되고 특성화된 단일 목표의 연구소를 세울 것인가는 각기 장단점이 있다.
우리의 경우는 중앙 집중형의 연구소 한 두개에 분산형 연구소를 병설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 집중형으로는 『가속기「센터」』나 『 「플라스마」연구소』같은 것이 좋은 예다.
『가속기 「센터」』는 물리·화학·생물·농학· 의학 등 각 분야가 협력해야만 운영이 되는 연구소로 규모도 크고, 연구 범위도 넓어 1개대학이 설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분산형 연구소로서는 우선 각 대학에 있는 자연계 연구소를 분야별로 특성화시켜 키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에 지적된 문제들이 80년대 초에 조성되어야만 한국은 선진 과학기술을 보유할 수 있고, 산업면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