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에 너무 집착하는건 금물|학교가기 싫어하는 어린이는 왜 생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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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학교·중학교등 각급학교가 신입생을 받아들인지도 한달남짓 지났다. 서먹서먹하던 새친구들과 선생님이 정답게 느껴지고 학교생활이 서서히 몸에 익어갈 때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이른바 「입학식 후유증」을 겪는 학생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특히 이것은 가정이라는 온실을 떠나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게된 국민학교 신입생에게 두드러진 현상이다.
국민학교신입생의 동교거부등 「입학식 후유증」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략 ▲학교나 교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원만치못한 교우관계 ▲지적발달 상태가 주위 어린이에 비해 너무 이르거나 늦을때 등을 꼽을수 있다.
교육학자 김재은교수(이화여대)는 어린이가 학교나 교사에 대해 두려움·거부감등을 갖는 것은 『우선학교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한교실에 60∼70명을 앉혀놓고 교육한다는것 부터가 무리. 그러다보니 선생님이 어린이 하나하나를 보살피기보다는 우선 수업을 이끌어가기 위해 「떠들지말라」「조용히 하지않으면 혼난다」「만지지 말아라」등 명령·금지·지시로 일관하기 마련이다.
여기서부터 어린이는 학교에 대해 막연하나마 부정적인 인성을 갖게되는데, 이것을 가중시키는 것이 시험점수와 성적만으로 자녀를 평가하려는 부모들의「성적표 집착증」이다.
집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묻는것이 『오늘 몇점 받았니』 『물 배웠니』 라면 어린이가 우선 심리적 압박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김교수는 『저학년만이라도 성적표를 없애자』『어린이를 점수에서 해방시키자』 고 제안한다. 『학교는 치기 싫은 시험이 있는 곳』이며 엄마는 성적표에만 매달려 어린이를 다그치는한 학교가 즐겁고 가고 싶은 「곳」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러한 일반적인 조건이 아니라도 교우관계를 맺지못하고 외토리가 되는 어린이는 『지금까지의 성장과정과 개인차, 과거의 경험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서서히 고쳐주어야한다』는게 이상봉교수(이화여대)의 설명.
성급한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어린이가 적응해가는 정도를 보아 단계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부모의 과잉보호로 사회성을 키우지 못한 어린이는 이제라도 되도록 밖으로 데리고나가 사회를 공부시키며,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는 것도 위험하지 않는한 내버려두는등 개방교육이 필요하다고.
반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친해질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자신감을 못갖는 어린이에게는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도록 야단보다는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한다.
이 교수는 이러한 것은 부모나 학교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양자의 긴밀한 협력아래 일관성있게 행해져야 한다고 했다.
주위어린이들과 지적발달상태가 맞지않아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은 기본적인 지능 차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의 책임이다.
입학하기전부터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지 말라는 교육학자나 일선교사들의 당부는 이러한 결과를 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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