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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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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목련이 한창이다. 성급히 봄을 기다리는 심사인지, 요즘은 목련 없는 마당이 거의 없다. 한적한 골목길도 한 그루의 목련으로 화사함이 넘친다. 눈이 부시다.
목필·옥수·향린·목난·옥난. 모두 목련의 별명이다. 꽃피기 전의 봉오리는 마치 선비의 붓과 같아「목필」이고, 꽃송이는 백옥 같아 「옥수」나 「옥난」이다. 그 향기 또한 맑고 깨끗해 「향린」이나 「목난」이라고 했다.
매월당 김시습은 꽃의 곱기가 백련과 같아「목련」이라 부른다고 했었다. 명나라의 이시진이 엮은 『본초강목』도 그 이름의 유래를 연꽃에 비유했다.
그러나 식물학자들은 백목련과 목련을 엄연히 구별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목련은 백목련으로 학명은「Magnolia denudata」이다. 「스웨덴」의 식물학자「린네」가 그의 막역한 친구인「프랑스」식물학자「P·마그놀」의 이름을 따서 백목련의 학명으로 삼았다. 2세기전의 일이다.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개성 천마산의 목련이 볼만했던가보다. 성해응의 『동국명산기』엔 금강산 혈망봉의 목련도 장관을 이루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아직도 그 수목들이 남아 있다면 지금쯤은 학수의 노목이 되었을 것이다.
요즘의 목련명승지는 순천 송광사를 꼽고 있다. 구름을 이룬 목련꽃 사이로 이끼 긴 고사를 바라보는 감흥은 속세의 그것이 아니다.
그러나 옛 시에는 오히려 산승들이 목련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고 읊고 있다.
방정향은지다소/뇌득산승회출가(꽃다운 정과 향기로운 생각이 얼마인지 아는가. 입산승려는 그 향기에 어려 마음 아파하더라.)
시객 사보의 감개가 없을 수 없다.
신이시화역이낙/황아여이비장년(목련의 첫 꽃은 어느덧 지고있는데, 나도 어느덧 젊지는 않구나.)
「신이」는 산목련을 두고 말한다. 식물학자들은 그것을 목련이라고 부른다. 꽃잎이 백목련보다 3캐가 적은 6개.
정원에 애식되는 목련은 백목련 뿐 아니라 자목련도 있다. 문일평의 『화하모필』에는 홍·황목련도 언급되고 있다. 자목련은 좀 이색적이어서 눈길을 끌지만, 조춘의 화사한 분위기는 백목련을 못 따른다. 그러나 어딘지 고상한 품위는 그쪽이 더한 것 같다.
이처럼 계절은 갖가지 꽃으로 화춘을 노래하고 있거늘, 우리의 시국은 지금 무슨 계절을 맞고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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