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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근처 연수원서 자고 있던 양회정도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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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시의 별장 수색 당시 검찰이 놓친 것은 유병언 회장만이 아니었다. 인근 구원파 순천교회 ‘야망연수원’에서 자고 있던 유 회장의 측근이자 운전기사인 양회정(55·수배)씨도 코앞에서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검찰 수사관들은 지난 5월 25일 오전 3시쯤 양씨가 머물고 있던 구원파 시설인 야망연수원에 들이닥쳤다. 순천 송치재휴게소의 흑염소식당인 송치골가든에서 구원파 신도 변모(61)씨 부부를 체포(25일 오전 1시)한 직후이고, 유 회장이 은둔해 있던 별장을 압수수색(25일 오후 9시30분)하기 전이었다.

 연수원에 검찰이 도착했을 때 건물 앞 주차장에는 양씨가 운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배 차량 흰색 EF쏘나타가 주차돼 있었다. 그러나 연수원 문이 안에서 잠겨 있고 불이 모두 꺼진 것을 확인한 수사관들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철수했다. 그 사이 수사관들이 문을 열려는 소리에 잠에서 깼던 양씨는 오전 3시20분쯤 쏘나타 차량을 몰고 달아났다. 차로 5분 거리의 별장에 있던 유 회장을 놔두고서였다. 흰색 EF쏘나타가 움직이는 모습은 인근 CCTV에 포착됐다.

 양씨는 처제 등이 사는 전주로 도망쳤다. 5월 25일 오전에는 전주 덕진구 대송장례식장에 차량을 버렸다. 그 뒤 양씨는 같은 구원파 신도인 동서와 처제에게 “유 회장을 두고 왔다. 함께 구하러 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이후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으로 처제 등과 함께 들어간 뒤 종적이 사라졌다.

 양씨는 유 회장의 도피 경로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유 회장이 도주한 지난 4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은신처를 마련하고 수사 동향을 파악해 전달했다. 그런 인물을 검찰의 부주의로 바로 앞에서 놓친 것이다. 익명을 원한 경찰 관계자는 “5월 25일 검찰이 현지 사정에 밝은 경찰과 합동 검거작전만 펼쳤어도 양씨를 검거했을 것”이라며 “경찰 병력은 유 회장과 양씨를 모두 놓친 뒤인 5월 26일부터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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