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사회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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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공무원의 부정·독직사건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공무원기강확립문제가 새삼 강조되고 있다.
20일 열린 전국관서장회의는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하며, 이 자리에서 정부는 관기확립을 위해 암행단속반을 상설운영하고 외부청탁이나 압력에 따라 행정질서를 어지럽히는 공무원과 눈치나 살피는 공무원은, 도태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규하대통령·신현확총리 등도 기회 있을 때마다 공무원 기강확립을 강조해 왔고 검찰은 오래 전부터 공무원부정을 중점단속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신민당의 김영삼총재 역시 20일 이 문제에 언급하여 직업공무원제의 확립을 강조하고 행정의 기강확립과 제도에 의한 행정을 역설했다.
이처럼 공무원기강확립이 강조되는 것은 물론 최근 공무원사회의 기강 해이도 한 원인이겠지만 그 보다는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 시대를 열려는 이 기간에 있어서의 공무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권위가 무너지고 새 질서는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과도기에 있어 사회 각 분야의 기강이 풀어지고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은 일종의 보편적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체사회의 한 분야일수 밖에 없는 공무원사회라고 하여 유독 시대적 상황에 아랑곳 없이 꿋꿋한 자세를 보이라고 강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으로, 민주발전의 이 절호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공무원들의 능률적이고도 흔들림 없는 자세 정립이 필수의 요청이다.
공무원들은 우리사회의 질서와 합리성을 보장 할 일종의 보누다.
느슨해지기 쉬운 이 과도적 상황에서 공무원 사회마저 흔들린다면 전체 사회의 기강확립을 기대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분위기에서는 정치발전도 민주화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사회의 안정과 기강확립은 새 시대를 여는 필수적인 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공무원사회를 안정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은 공무원 개개인의 인격이나 결심에만 호소할 문제는 물론 아니다. 뭔가 특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단계가 아닌가 여겨진다.
한마디로 그것은 직업공무원제도의 확립으로써만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혹은 개각이 있을 때마다 공무원의 신분이 흔들리고 직장이 불안해진다면 공무원사회가 안정되기는 힘들다. 공무원의 신분보장이 안 되고서는 그들로부터 책임행정을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앞으로 대통령중심제가 될지 내각책임제가 될지 또는 절충형이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치발전의 장래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안도 있음직하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이 같은 불안을 씻어주고 어떤 제도가 채택되든 공무원사회가 흔들림 없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기능을 마할 수 있도록 직업공무원제를 확립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현행법에도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비교적 잘돼 있다고 보지만 이번 기회에 보다 완벽한 제도확립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고, 아울러 장관등 각급 관서장들도 지연·학연에 따라 인맥을 조성하는 따위의 공무원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일은 결코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있고서야 직업공무원제의 확립이나 기강확립도 기대할 수 있으며 또 그런 공무원사회의 안정이 있어야 정치발전도 원만히 추진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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