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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ISIL "기독교인 살고 싶으면 떠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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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급진 수니파 단체의 ‘개종 아니면 죽음’ 협박에 기독교도 일가족이 피난가고 있다. [모술 AP=뉴시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가 장악한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서 기독교 주민 수천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개종하고 세금을 내라, 아니면 죽이겠다’며 기독교인을 협박하던 ISIL이 지난주 ‘목숨을 유지하려면 모술을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했기 때문이다.

 ISIL은 최종 시한인 19일 정오(현지시간)가 되자마자 현지에 남은 기독교인들을 약탈하며 당장 마을을 떠나라고 위협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5년 오스만튀르크가 아르메니아인 150만 명을 집단 학살한 이후 가장 큰 기독교 탄압이 될 것”이라고 20일 전했다. 한 기독교인은 “기독교인이 들고 있는 휴대전화부터 입은 옷까지도 모조리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탄압을 면하려면 “개종하고 매달 200~250달러를 바치라”는 강요도 받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ISIL이 납치한 83명의 시민 중 7명은 시체로 발견됐고 나머지는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은 “ISIL이 기독교인들 집 대문에 아랍어로 기독교인을 뜻하는 ‘N(Nasrani)’을 표시하고, 시아파 집 문에도 시아파를 뜻하는 ‘R(Rafidah)’을 새겨놨다”고 전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20일 “ISIL이 극단적 테러조직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ISIL은 전날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폭탄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등 강경 태세를 유지하고 있어 내전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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