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를 위한 주택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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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동자가 내 집을 갖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당국의 계획은 매우 타당한 결정이다.
최규하 대통령은 구로공단을 비롯한 전국 주요공단의 근로자를 위해 획기적인 주택건설 방안을 마련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우선 시흥군 철산리에 올해부터 내년까지 공단근로 자가 입주할 기숙사형 10평짜리 아파트 4천 가구를 포함, 인구 5만명 규모의 신주택가를 만든다고 밝혔다.
철산리 신시가지는 서울인구의 강남분산목적이 주된 것이긴 하나 공단근로자에게 주택을 체공한다는 부차적 목적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구로공단의 경우, 7만2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중 2만5천명이 기숙사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셋방에 살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봉급의 30%를 집세로 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근로자가 집 한 칸을 장만한다는 것은 여간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니다.
뛰는 물가를 뒤쫓기도 어려운 터에 수입의 일부를 떼어 집 장만 밑천을 모으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주택정책이나 기업의 특별한 배려를 기대함 수밖에 없다.
주택공사의 조사자료를 보면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의 50%가 무주택자이며 이들이 내 집을 소유하려면 평균 7·4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봉급생활자의 주택마련이 7년 걸린다는 것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주택공사의 조사대로라면 우리나라의 무주택률이 지난 20년 동안 20%선을 상회하는데 그대로 머무르고 있을리가 없는 것이며 7년만에 집을 가질 수가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주택천국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다만 무주택자가 50%라는 것은 대도시의 무주택률이 40%내지 50%라는 현상과 맞아떨어지므로 신빙성이 있다.
이러한 무주택률을 참고하면 현재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주택 수는 약90만가구분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경제기획원의 79년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취업자 1천3백66만여명 중 농가를 제외한 비농가취업자는60·8%인 8백30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5인 가족 기준으로 할때 약1백60만가구가 될 것이며 50%의 무주택률이라면 80만가구가 무주택 상대에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전원이 무주택자일 비농가실업자 49만6천명분, 10만 가구를 합하면 90만 가구의 주택이 있어야 한다는 수치가 나온다.
따라서 재산형성에 가장 약한 근로자의 무주택상태를 개선하려면 공공부문의 주택투자가 대폭적으로 증가되어야만 한다.
현재대로 전체주택투자에서 차지하는 공공부문의 비율이 20%도 채 안되는 형편에선 근로자뿐 만 아니라 전체적인 주택부족률을 낮춘다는 것이 요원하기만 하다.
모자라는 재원을 주택차관도입으로 충당한다는 구상도 있어야겠지만, 시급한 것은 주택공사의 운영방식을 개편, 주공은 서민용 주택 건설만 전담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처럼 사회계층의 중심부를 이루는 근로자의 주거문제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각되었음을 계기로 주택투자· 공공주택건설·자재양산·택지확보· 주공운영개선 등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주택정책이 수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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