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선거가 「후보」보다 중요|이성적 선택 위해 TV 통한 공개토론 바람직|서두른 나머지 시행착오 없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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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종필 총재
『나는 아직 대통령후보로 나서겠다든지 않겠다든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당과 조국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요청하거나 부과하는 소명이 있다면 결코 이를 외면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없다.
늦어도 초가을께는 전당대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우리는 전당대회에서 제2의 창당선언을 하고 당의 체제를 선거체제로 개편해 민주적 방식에 의해 대통령후보를 지명할 것이다.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누구누구가 나올 것이라고 벌써부터 예견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본다.
새로운 헌법에 따라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또 얼마든지 출마할 수 있지 않겠는가.
누가 입후보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공정한 선거를 통해 농민의 참된 신임을 얻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새 시대에 부응하는 민주발전을 사회적 안정 속에서 알속 있게 수행해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느 누구와도 어디서나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되어있다. 지난 2월25일 김영삼·김대중씨를 만났을 때 쉬 세 사람이 다시 따로 만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진지하게 함께 걱정해 보자고 얘기한바 있다.
국회에 제출된 개헌안들이 대동소리하여 합의가 용의 할 것으로 본다.
정부측과의 관계를 염려하는 견해들이 있는 것 같으나 정부안도 대차가 없을 것이며 또 얼마간의 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에서 성안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정이 될 것으로 본다. 국회나 정부는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지켜야 할 것이며 특히 각 정당의 대표들이 보인 국회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헌에 있어서는 특정한 개인을 의식한 법제정이나 권력의 인격화현상과 같은 것이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권력의 제도화를 통한 민주화, 다시 말해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제도적으로 민주정치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개헌작업의 초점이 주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최규하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정치일정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무언중에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대통령이 공약한대로 연내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까지 끝내고 선거관계법 등을 손질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마치고 새 정부가 출범했으면 한다.
정치일정을 앞당길 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을 교훈 삼아야 한다.
너무 서두른 나머지 많은 시행착오를 저질렀던 지난날의 전철을 왜 또 되풀이하려 하는가. 4·19 당시 3개월만에 개헌과 선거를 치렀는데 이루어진 결과는 무엇이었던가.
무정부적 상태와 헌정중단 뿐이었다.
무릇 모든 일은 그것이 이루어지데 필요한 소요시간이 있는 법. 1년여라는 세월이 긴 역사에서 보면 그렇게 길거나 무의미한 세월은 아니다.
앞으로 대통령 입후보자들이 될수록 많은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매스·미디어」를 통해 간접 접촉하는 방법 또한 직접접촉과 큰 차이가 없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 우리도 근대화의 소산으로 TV등 대중매체가 산간벽지에까지 보급되고 있다. TV수상기만 하더라도 6백여 만대가 넘고 보면 확실히 우리도 전파매체시대에 살고 있다.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나라가 현재 많지는 않지만 외국의 정치집회란 아주 소규모여서 우리나라처럼 10만명 또는 1백만명 단위의 청중이 모이는 따위의 선거집회란 도시 찾아 볼 수 없다.
대통령을 직접 선거하되 들뜨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데 「매스·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 방식이 그럴듯한 방안중의 하나일 것 같다.
지금 우리는 한나라의 새 질서를 낳으려 하고 있다. 새 시대에 부응하는 헌법안 등을 마련하여 민주화를 위한 제제도의 틀을 만들고 그 틀에 의해 공명하고 정대한 선거를 실시하여 새 공화국을 탄생시키는 정치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제적으로는 민생의 안정에 최대의 역점을 두어 난국을 극복해야하며 과도기를 노리고 불장난을 저지를지 모르는 북괴를 늘 경계해 튼튼하고 자신 있는 안보태세를 확립해가면서 남북대화에 대응해 가야한다.
내가 즐겨 쓰는 성언이 몇 개 있다.
「상선여수」 「유수불쟁선」 「비리법권천」 「임원분방」 등등….
「상선여수」 「유수부쟁선」은 매사 무리하게 하려는 것보다 물 흐르듯 순리에 순응해야 하고 서두르지 말자는 뜻이다.
인간이란 항상 미완성작품이 아니겠는가. 오는 좌우명대로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있다.
마지막으로 젊은 학도들에게 한마디하고 싶다. 젊은 세대는 이상주의적 정열에 불타는 세대며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다만 현실인식에 있어서 과학성·현실성·총체성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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