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부드러워진 대통령의 연두순시|최대통령 취임 후 무엇이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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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최규하 대통령의 연두순시는 19개 중앙부처와 서울·부산·경기·경남 등 4개 시·도까지 끝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최대통령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16년 간 계속해온 연두순시를 답습하긴 했지만 운영 「스타일」과 분위기를 많이 바꿨다.
최대통령은 강력한「톤」의 지시나 각 부처의 보고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지시는 별로 하지 않았다.
최대통령이 이번 순시 중 가장 관심을 보인 대목은 서민생활의 안정과 지원문제였다.·
순시 첫 부처인 경제기획원에서 『물가상승압력이 가중될 전망 하에 영세민가계의 무거운 압력과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강구하라』고 말문을 연 최대통령은 상공부에서는 생필품의 원활한 공급, 동자부에서는 광부의 생활 및 작업여건, 농수산부에서는 농어민의 소득증대, 건설부에서는 서민주택건설, 보사부에서는 취로사업과 불우시설 수용자대책등 가는 곳마다 그 기관과 관련된 서민보호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지시했다.
그 다음으로 역점을 두어 강조한 내용은 확고한 안보태세, 공무원의 대민 봉사자세, 근검절약의 생활화, 자원난 시대를 맞아 태양열주택의 보급문제 등이었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군 지휘체계의 확립, 전후방경계태세, 북한공산집단의 위장평화공세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 질서교란사범의 엄중 단속, 남북한관계에 대한 국론통일이 강조되었다.
근검절약을 『동양의 전통적인 미덕』으로 규정한 최대통령은 정부·기업·가계의 삼위일체인 근검·절약·저축의 생활화를 제창했다.
과기처순시에서 처음 태양열주택의 보급문제를 꺼낸 이래 내무·건설부 등 관계부처와 모든 지방관서에서 반복적인 지시로 태양열이용에 대한 그의 강한 집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정치과열에 대한 우려와▲일부 눈치보는 공무원들에 대한 질책, 그리고▲학생의 현실참여에 대한 경계는 정치발전이란 시대조류와 관련해 주목되는 의사표시였다.
연두순시의 보고· 지시내용 보다도 순시의 분위기는 예전에 비해 더욱 크게 변화했다.
참석자들의 사전입장시간 간격과 순시중인 기관에 대한 출입 및 통행제한이 훨씬 줄었다. 보고하는 기관장들의 과잉자기 비하적 용어나 엄격했던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 자연히 보고도 점수를 따려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거창한 사업의 제시보다는 실무적인 것이 주류를 이뤘다.
【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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