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격"을 낮추자-물가고를 이기는 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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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물가가 또 올랐다」「살기 더 어려워졌다」로 이어져온 서민가계가 이제는 그극에 달한 것같다. 지금까지 지내온 생활방식으로는 도저히 지탱할 수 없게끔 물가고가 심해졌다. 어떻게 아끼고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가를 지금 생각하기에 앞서「생활」고 자체를 근본서부터 과감하게 뜯어고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소위「한국식」이라는 생활습관중에서「돈의 지출」과 관련되는 부분을 한번 냉정하게 계산해서 서양식 산업사회를 사는 새로운 시민적 태로로 바꾸는 것도 필요한 때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경제현실에선 대부분의 가계가「견뎌 내야하는」최저의 선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통과할 수 있는가의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월급이 오르고 수입이 오른다해도 누구나 현재「기름값 59.4%인상」의 물가여파를 도저히 메울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생활태도를 바꾸는 과감한 수술, 우선 견뎌내기 비상작전을 세워야할 것이다.

<용기있게 깎아내자>
각박한 생활을 감수하도록 한다. 온 가족이 모여 새로운 각으로 각자의 생활「패턴」을 뒤집어「한 단계씩 낮추는」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현재 도시·농촌을 막론하고 계획 없는 지출의 첫손에 꼽히는 것이 경조금이다. 서울「샐러리맨」의 경우 가을철 한달에 부조금만 2만∼3만원씩 나간다는 사람이 대부분. 농촌의 결혼식에도 한가정 1천∼5천원씩 으례 오고간다.
『이정도까지 안할수야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그러나 이 비상시대엔 임시나마 버리도록 하자.
가계에서 경조금과 문화비를 용기 있게 지금 깎아버리자.「겉치례」로 돌려버릴 만큼 급박한 경제상황이기 때문이다.
월급장이, 그것도 선진외국의 월급장이 보다 더많은 시간 일해서 훨씬 적은 액수의 보수를 받는 한국의 월급장이 수준에선 이제「택시」타는것이 분수에 맞지 않는 낭비다.
가장이「택시」를 안타고「버스」로 출퇴근하면 온가족 한달 연료비를 메울수 있다. 자녀3명의 학비를 댈수도 있다.
「코피」한잔, 그리고 호기의 술자리를 아낀다면 온가족의 인상가계주름을 펼수 있다. 아내도 마찬가지. 서울에 흔한 파출부·가정부를 없애고 전자동전기 제품쓰기를 아낀다면 지금의 인상「쇼크」를 어느 정도 치료할 힘이 된다.
이렇게「한국식」눈으로 볼때 각박한 생활태도는 그러나 온 가족이 함께 일하고 가정안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려 또다른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수 있다. 가장이 일찍 들어와 아이들과 함께 집안손질, 헌물건 고치기 등을 하는 생활이 요구된다. 남의 눈치를 보는 씀씀이를 일체 깎아버리는 일이 급하다.

<정확한 계산을 하자>
돈을 따지는 것을 흔히 인색하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돈에 대해서만은 어물어물하는 잘못된「미덕」을 버리자. 특히 최근에 사고가 찾은 전화 도수, 전기·수도계량기 등을 주부가 직접 감독하여 표시된 요금대로 고지서가 정확하게 나왔는지를 따져야한다.
물가가 얼마큼 올랐는가를 주부자신이 직접 표를 만들어 그 인상만을 계산해야 한다. 한달가계에서 이제 얼마를 더 지출하게되는가를 정확하게 계산해낸 다음 깎아 없앨 곳을 없애서 가계의 균형을 맞춘다. 여기에는 가족 한사람 한사람의 지출규칙을 액수로 정해놓는 것도 한방법이다. 교통비·학비·용돈등 적자 가계일수록 돈이 나가는 데를 정확히 알고있어야 한다.
온가족의 용돈지출 절감이 가계의 인상분을 어느 만큼 메울수 있는가를 계산해 놓는 것도「메우기작전」의 한 방법이다.
가족각자가 이런식으로 절감해서 생활필수의 식비·연료비·세금 등을 메우도록 노력하자.

<불편하지만 바르게 생활>
「택시」타던 사람이「버스」를 타고 가정부를 없애고 전기제품을 안쓰는 등등의 한단계 낮추는 생활은 당장 생활에 큰 불편을 주는 것이고 또 그것이 시간과 효율면으로 따질때 별 이득이 없다고 계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요즘같은 갑작스런 비상「쇼크」에는 우선 돈의 지출을 줄이는데 제일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다소 시간이 더 들고 불편하고 생활의「리듬」이 깨진다하더라도 우선 수입·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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