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 주택 경기 부양, '만병통치약' 인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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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기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라앉았던 주택시장이 2000년대 초반 빠르게 살아난 배경엔 돈이 있었다. 정부가 경기
진작에 나서 돈을 풀었고 금리가 떨어져 돈을 빌리기가 쉬워졌다.

1998년 연 15%까지
올랐던 시장금리는 1999년부터 뚝 떨어졌다.
199
6.8%에서 2002 4.8%까지 내려갔다.

외환위기 이후의 공급 부족과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신호가 됐다. 넘쳐나던
돈이 주택시장으로 몰렸다.

돈의 힘으로 2000년대 초반 집값이 급등했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0
3.2%
올랐던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2001
19.2%, 2002
년엔 국민은행이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 통계를 시작한 2000
이후 지금까지 최고치인 29.3% 뛰었다. 그 해
서울은 30% 넘게 치솟았다.

정부가 2002 9
대출규제에 나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를 도입한 건 주택시장으로 흘러 드는 돈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1995 26.4%이던 LTV 2002
40%
에 육박했다. 당시 70%대이던
미국·영국 등에 비해 낮았고 LTV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도 아니었지만 정부는 LTV로 돈의 흐름을 줄이려고 한 것이다.

LTV도입 이후 2003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0%
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다른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LTV
약발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의 한 부분인 주택시장 역시 돈의 논리에 지배된다. 돈이 풀리면
자연히 그 시장은 호황을 맞아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게 된다.

최경환 부총리가 수장인 정부의 2기 경제팀이 기대하는 효과이기도
하다. 대기업이 쌓아둔 돈이든 돈을 풀어 내수 살리기를 도모하고
LTV
를 완화해 주택시장의 돈 수도꼭지 풀고 있다.

정부는 내수 회복을 주택시장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경기를 진작하는
데 필요한 자금줄로 주택시장에 기대는 것이다. LTV완화로 주택 구입자가 집값의 10%를 더 대출받으면 연간
20
조원 넘는 돈이 시중에 풀린다.

돈의 펌프질 효과 주택시장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효과는 이미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이 7월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 이번주까지 2주 연속해 올랐다. 상승세는 강남권이 이끌고 있다. 강남권에는 대출 의존도가 높아 대출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건축 단지가 많다.

주택건설업체들도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월간
주택사업환경지수 조사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이 이번 달 5.6% 포인트 상승했다.

그 동안 주택구입을 주저하던 수요자들도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은 지인은 정부의 LTV 완화 발표 직후인 16일 오래간만에 계약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한달 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인데 그때는 가격을 더 낮출 것을 요구하며 시큰둥했단다. 지인은 계약을 미루기로
하고 500~1000만원 가격을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내수 살아야 장기 효과 있어

대출규제 완화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임대소득 과세가 없었던 일로 됐다.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불안감마저 없어졌으니 LTV 규제 완화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단서가 있다. 단기적이다.넘치는 시중 돈은 내 돈이 아니다. 유동성이 늘어난다고 소득이 증대되는 게
아니다.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려면 구매력이 높아져야 한다.주머니가 두둑해져야 빌린 돈 이자도 갚고 또 더 빚을 낼 수 있다.

돈의 힘으로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중반까지 이어진
데는 괜찮았던 경기가 힘이 됐다. 2000년대 초·중반 경제성장률은 연간 4~7%였다. 가구당 소득도 연간
6~7%
씩 늘었다.

경제성장률은 2012~2013년 연
2~3%
대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소득은 2012년에 비해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택경기는 전체 내수시장과 맞물려 있다. 주택경기 회복이 내수
진작에 기여해 국내 경기가 좋아지고 소득이 증가한다면 주택시장 활기는 이어질 것이다. 풀린 돈이
어떻게 쓰일 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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