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의 근본적인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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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택자금의 융자한도가 묶여있다는 사실은, 물가상승을 앞지르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감안할 때, 융자제도 자체의 존립여부를 의심케 할 수도 있다.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돕기위해 20평 이하의 국민주택에만 지원하는 주택은행의 주택자금 융자한도는 건당 2백만원 내지 2백50만원으로 몇 년째 그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융자한도는 현재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격이 80만원에서 90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고, 단독주택 건축비도 최소한 평당 30만원 가량 드는 것과 견주어보면 그 금액이 너무 영세하여 거의 지원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아파트」로는 3평값, 단독주택도 땅값을 고려하면 기껏해야 5평 정도의 집밖에 지을 수 없는 융자액으로 집을 장만하라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주문이다.
정부는 올해 지원규모를 2천5백억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주택은행을 통해 서민주택금융으로 내놓는다고 하고 있으나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융자액이 과연 실수요자에게 얼마만큼이나 도움이 될 것인가.
문제는 주택가격의 상승을 참고하지 않는 주택금융의 허점을 더 이상 방치할 것인가 하는데 있다.
그렇게 하고서는 주택부족율을 낮춘다거나, 저소득층에게 내집마련의 기회를 준다는 정책목표는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의 주택부족율은 벌써 오래전부터 20%선, 그중에서도 도시는 40%선에 이르고 있는데도 그것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주택자금 융자제도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주택정책의 비현실성이 주인이 아닌가 한다.
주택건축비의 50%를 대지가가 차지하고 있으나 공공용지를 값싸게 활용하기는 커녕, 지방관서가 체비지란 명목으로 시가에 준해서 거래하여 공공기관에서 공급하는 서민용 주택가격마저 비싸게 하고 있는 것도 주택정책의 한 단면인 것이다.
서민용 주택은 공공기관이 수익성을 떠나서 건설하여 무주택자에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분양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주택부족율이 심각했던 「싱가포르」가 집단주택을 대량건설, 서민에게 연리 6%, 20년 내지 30년 상관이란 혜택을 줌으로써 주택난을 해결한 사례를 참고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주택정책은 공영업체인 주택공사의 서민용 「아파트」마저 민간「아파트」와 맞먹는 시가로 공급되는 형편인 것이다.
또 무주택자의 주택확보를 돕기위해 써야하는 주택은행의 자금중, 45.4%가 73년부터 78년까지 6년동안 타목적에 전용되었다고 한다.
주택은행법·주택건설촉진법 등은 주택은행의 조성자금을 서민주택 건설자금으로만 활용토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정책당국 스스로가 이를 어겼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인 것이다.
주택공사는 상업「베이스」의 운영을 떠나 실정에 맞는 서민용 주택공급에 주력하고, 주택은행은 설립목적 및 관계규정에 따라 운영되지 않는한, 주택정책은 효율성있게 집행될 수가 없다.
공공주택을 많이 지어서 정말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장기·저리·적정액의 융자를 하도록 해야만 주택난은 해소될 수가 있을 것이다.
주택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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