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만 밀수한 중국 무역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인천항 중국화물선 밀수사건은 수법이나 규모면에서 새로운 양상을 띠고있다.
지난달 17일 첫 적발이후 구속자 70명(중국선원24명포함)을 비롯, 84명이 적발되어 단일사건으로 우리나라 사법사상 크게 기록을 세웠다.
압수된 밀수액은 40억원을 넘었고 밀수된 우황청심환과「블로버」팔목시계가 함량미달·조잡품으로 밝혀져 수사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더구나 3천3백t급 화물선「만다린」호는 폐선을 개조, 재취항한 것으로 순전히 대한밀수목적에 이용해왔다는 것이 밝혀져 화물선 선체가 처음으로 압수되었다.
「만다린」호와「윤타이」「완후」호등 밀수선 3척은 대만에서 대나무를 싣고 한국으로 오면서「홍콩」에 들러 밀수품을 비밀창고에 숨겨 들여왔다.
「만다린」호 선주 사내장씨(50)는 선령이 30년이지난 폐선을 싼값에 구입, 선원들에게 월급은 주지않고 오히려 1인당4백∼3천「달러」씩받아왔다. 선내에 마련한 비밀창고는「홍콩」에서 밀수품을 실은뒤 전문 용접공을 고용, 전기용접으로 말끔히때우고 특수개폐장치를 설치했으며 흔적이 없도록「그라인더」로 간뒤 폐유를 뿌려 철저히 은폐했다.
이 밀수사건의 단서는『대나무를 싣고오는 중국선박들은 모두 밀수우범선박』이라는 40대여인의 제보.
담당 윤재기검사는「만다린」호가 구랍 7일 입항하자 수사진을 잠복시켜 밀수품이 일부 빠져나간 것을 확인, 1차로 17명을 붙잡았다. 이후 3척의 배안에 숨겨진 밀수품을 압수했으며 대구부근에서 국내「히로뿡」밀조단총책 김규철(43·부산시초량동·일명 부산김부장)일당 10명을 붙잡음으로써「3류 밀수사건」은 의외로 확대됐다.
선원이 구속되고 배의출항이 정지되자 이를 수습키위해 잠입한 「만다린」호 선주 사씨와 국내밀수품 운반총책 서성원씨(41·서울중곡동122)가 김해공항에서 이륙직전 검거되면서「클라이맥스」를 맞았다..
이에따라 검찰은 국내최초로「만다린」호 선체를 압수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으로「히로뽕」원료인 EMP「드린」4백20kg·녹용 8백kg·우황청심환 5만8천개·마약판매대금 2억원·미화20만「달러」·「블로버」시계등 1천9백62개·해구환 5천2백80개등 모두 40억원어치가 압수됐다.
그러나 감정결과 우황청심환과 시계등이 모두가짜로 밝혀졌다.『외제라면 무조건 고가로 사들이는 폐습』을 악용한 본보기였다. <인천=김정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