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극의지의 구조적 현현』 정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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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 서론
서구시적인 영향이 한국시에 강하게 부각되면서 시의 전문화·난해화 현상이 일어났으며 한편에선 그에 대한 반발로 전통 고수의 입장을 취하는 복고주의적 시들이 나타났다. 그로인해 한국 현대시 특히 60년대 이후의 시는 크게 이분화 된 느낌이다.
그러나 현대시의 난해성은 단순히 서구모방이나 시의 전문화에만 기인된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보다 복잡한 개념을 시인들간에 다시 해석하려는 시사적 특성에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시와 인생에 대한 재평가의 과정에 놓여있는 시인 중의 하나가 이성부이다.
그는 인간의 삶을 통괄적으로 파악하여 일정한 질서를 가설한 후 그것을 다시 시로 정착시키는 노력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그가 생각하는 인간은 보편적인 것이며 항시 공동체속에서 살아가는, 다시 말해 집단무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들이다. 여기에 내재하는 이 질서의 원형을 그는 시 전반을 통해 도식화·구체화시키고 있다.
그가 가지는 하나의 장점은 정직하며 남성적인 언어들을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배치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민족의 정신적 기반인 여성성을 떠나 현실관조의 차원에서 얻어질 수 있는 시어의 사용은 흔히 시를 난해하게 하거나 자체 무게보다 경미한 의미를 포함하도록 만들거나 또는 시를 산만하게 만들 우려가 있지만 그는 그런 결점을 몇 가지 보충방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 방법 중 중요한 것은 시 전체의 구조를 고정화하여 시 내부에 투영된 삶의 질서를 일정하게 형성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그의 시가 일정한 「패턴」의 구조를 지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근의 시에서 중요한 핵심을 이루는 몇 개의 시어가시의 구심점을 이루어 부분적인 「이미지」들을 전체로서 포괄하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삶에 대한 질서포착은 역사관에 관련을 맺고 있다. 즉 현재와 미래에 대한 관점을 인간보편의 삶의 질서에서 추출하여 현재의 삶이「고난」에 처하여 있지만 미래는 「부활」 의 과정을 통하여 확신할 수 있을 만큼보다 큰 「힘」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말하자면 그의 시 세계는 현설적 고난의 초극을 통한 삶의 풍요로운 이상을 이야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부활의 의지는 어떻게 발생되는 것인가? 여기에 그는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부활은 「힘」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다시 이「희망은 「사랑」에 의하여 생성된다는 것이다. 힘에 의한 고난의 극복과 사랑에 의한 우주의 통합을 꾀하면서 그는 미래의 낙관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랑이 힘을 발생시킬 수 있기 위하여 사랑은 역동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하며 그야말로「성난 사랑」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힘·사랑, 그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부활을 기본 요소로 하는 그의 시 세계는 그 나름의 또 다른 질서를 형성하게 되는데 그것은 미래의 부활의 땅에서 이루어질 질서에 대한 하나의 예견에 해당한다. 이것은 지극히 형이상학적인 문제며 사회학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여기에서는 그가 제시한 사랑·힘, 그리고 고난과 부활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이 가지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간의 관계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또 시의 구조에서 비쳐지는 초극의지의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을 분석함으로써 그의 시 세계를 파악하려 한다.
그는 현재 3권의 시집을 내고 있는데, 제2시집인『우리들의 양식』(1974)과 제3시집인 『백제행』(1977)에 수록된 시를 중심으로 고찰하여 본다.
계속
차례
1.서론
2.사랑의 역동'성
3.「힘」의 발생근원과 전이화
4.고난과 부활의 원형적 의미
5.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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