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몸은 자연스러운 것…왜 '노골'이라 내몰릴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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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사진을 시작한 20대 초반 대학생부터 이제 막 작가로서의 자리를 굳혀가는 30대 초반 신진작가까지 총 15명의 예술인이 모여 ‘그룹 273-8 #2’라는 제목의 전시를 연다.

‘그룹 273-8’은 사진가, 사진전공자, 영상전공자, 그리고 예술기획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작가·작업 공동체다. 20세기 초 사진의 비전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했던 ‘291 화랑’처럼 당시 모임 장소의 주소지를 따 이름 지었다.

이들은 ‘그룹 273-8’의 결성 취지처럼 사진을 매개체로 해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조수희는 몸이 애초에 가졌던 자연스러움에 대해 질문하는 실험적인 사진을 보여준다.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를 셀프 누드로 촬영했다. 최찬웅은 자신을 고치에 비유해 불안정한 시대의 모습을 제시한다. 실제로 광목천 안에 들어가는 다소 직설적인 표현 방식을 택했다. 불안한 마음을 과감한 누드 퍼포먼스로 해소하는 연수하의 사진은 꽤 도발적이다.

김도연은 신체 일부를 흰색천의 구멍 사이로 드러낸 이미지로 독특한 시선을 보여준다. 김은혜는 이곳저곳에 흰색 광목천을 설치해 새로운 공간감을 제시하고 정하뉘 또한 다양한 색의 천을 이용해 자유에 대한 동경과 승화를 표현했다.

대학생들의 사진이 엉뚱 기발하고 파격적이라면, 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신진작가들과 기획자들의 작품은 좀 더 진지한 사색을 느껴진다.

강재구는 청소년 놀이 문화에 대해 한장 한장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김지숙은 몸에 대한 욕망을 타자의 시선으로 표현했다. 장유진과 정은경은 폭력이 일어났던 날의 일을 사진으로 재구성했다. 권형순은 잠재되어 있는 불안감을 빛과 어둠의 대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전시에 참여하는 조수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누드와 포르노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적인 건데, 왜 ‘노골’이라는 단어로 내몰려져 표현돼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벗은 몸은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Group 273-8 # 2’ 사진전 (참여작가 김도희, 김용태, 연수하, 조수희, 정하뉘, 강재구, 김지숙 / 김도연, 김은혜, 이승열, 오건규, 최찬웅, 권형순, 장유진, 정은경). 7월 3일부터 16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이룸 02-2263-0405.

한영혜 기자 sajin@joongang.co.kr
[사진 갤러리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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