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이어 시진핑 … 20일 간격 그리스로 달려간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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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남미 순방 길에 그리스 로데스섬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을 맞는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 [로데스섬 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등 남미 4개국 방문 길에 그리스를 깜짝 방문했다. 지난달 19~22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그리스를 방문해 총 46억 달러 규모의 무역 및 투자협정을 체결한 지 20여 일 만이다. 중국 외교사상 처음 있는 이 같은 파격은 지중해와 유럽 남부의 관문인 그리스 피레우스항 운영권 때문이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그리스의 유명 관광지인 로데스섬에 도착해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와 각각 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특히 “피레우스항 개발 등 양국 합작 프로젝트를 잘 추진해 양국 호혜협력의 모범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관계의 격상을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피레우스항에 의미를 더 부여하고 있다. 왕이웨이(王義<6845>) 런민대 유럽연구센터 주임은 “중국에서 남미로 가는 여정이 길어 중간 기착지에 들러 쉴 수는 있다. 그러나 지난달 리 총리가 방문한 곳을 한 달도 안돼 다시 방문한 것은 피레우스 항 운영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레우스 항은 중국의 원양운수집단(COSCO)이 2009년 이후 35년간 2·3 신 부두 운영권을 확보했다. 중국이 이 항구를 중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 항구는 시 주석이 제창한 해상 실크로드의 유럽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리 총리는 그리스에서 “중국은 피레우스항을 시작으로 유럽으로 통하는 내륙 지역의 고속철 건설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또 2015년을 ‘중국·그리스 해양협력’의 원년으로 정하고 해양무역과 탐사·관광 등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해상 실크로드의 유럽 기착지인 피레우스항을 통해 유럽 대륙의 육상 실크로드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번 그리스 방문에서 피레우스항 확장 및 주변 인프라 건설에 중국의 참여를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대양해군을 노리는 중국 해군의 유럽 진출이다. 중국의 호위함인 옌청(鹽城)함이 1월 러시아의 핵추진 순양함 표트르 벨리키함과 지중해에서 해상 훈련을 했다. 당시 중국은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해상 운송 호위 훈련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시리아 내전으로 민감한 지역인 지중해로 진출해 유럽과 아랍 지역 군사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으로 분석했다. 추이훙젠(崔洪鍵)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유럽부 주임은 “시 주석의 그리스 방문은 그리스가 대 유럽 무역의 핵심 관문이고 중국(군)의 지중해 진출의 교두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유럽 교두보인 피레우스항 확보를 위해 그리스에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마라스 총리는 7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구하기 위해 3차 구제금융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자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고 외부 도움 없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리 중국 총리가 지난달 그리스가 채권을 발행할 경우 적극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중국과의 합작 투자가 ‘거절’의 이유라는 게 EU의 분석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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