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석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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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하느님이 보우하시는 이땅의 착한 국민으로서 삼가 기도를 드립니다. 신앙심이 없는 사람일수륵 기도는 소리높여 드린다는격언도 있옵니다만, 감히 음성을 높이지는 못하고 조용히 읊조립니다.
기도는 중얼거리건,잠자코 있건,영혼의 성실한 호소이며, 가슴 속에서 떨고 있는 숨겨진 불꽃의 비상입니다.
아시리라 믿지만 우리는 지금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중요한 선택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우마는 길곡 (桎梏) 파 고봉의 체험에는 익숙해있지만 극복과 선택의 체험은 오히려 생소한 느낌마저 없지 않습니다.
선택해야 할 때 주저하고, 극복해야 할 때 한숨짓고, 결단해야할때 돌아서는 민족에는 포망이 멉니다. 짧은 척도로는 주저와 한숨과 회유(괴유)가 마치 슬기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의 지평 위에선 그것이 얼마나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는지 당신은 아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한 발짝앞엔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길을 가야하는지는 당신에게 묻지않아도 우리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읍니다.
당신에게 감히 석원하는 것은 우리에게 그 길을 갈수 있는 신념을 일깨울 용기와 사명과 의지를 불어넣어 주십사하는 것입니다.
우선 우리에게 자제의 지혜를 주십시오. 분별 있고 조심성 있는 자제는 지혜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는 구약성경의 귀절도 기억합니다.
몸과 마음이 가난한 자는 자제할 여지도 없습니다. 당신이 자제의 지혜를 불어넣어 주어야 할 자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성, 이성-. 이것은 당신이 인간에게만 허락해주신 지선·지고의 선물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로마」를 짓밟고 광포하게 파괴했던 그 「반달리즘」따위를 경멸하고 저주할 수 있는 의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금수같은 탐욕과 오만함을 억제할 수 있는 인간다운 품위도 갖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당신에게「앗시지」(이탈리아」의 지명) 의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시로 우리의 간절한 기원을 대신합니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미움이있는곳에사랑을/다툼이있는곳에용서를/분열이있는 곳에 일치를/그룻됨이 있는곳에 진리를/절망이 있는 곳에 소망을/어둠에 빛을/슬픔이 있는곳에 기쁨을 가져오는자 되게 하소서/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마/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우리는 줌으로써 받고/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자기를 버리고 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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