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월드] 이라크 전쟁 끝나면 美주도 국제질서 굳어지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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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사실상 이라크 전역을 장악하면서 이라크 전쟁이 종결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의 관심은 전후 처리와 함께 중동 및 세계 질서의 변화 방향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서 국제질서는 어떻게 변화할지, 중동의 미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 전망은 있는지 등을 함께 알아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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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라크전의 승리로 국제질서가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되는 건가요.

이라크전의 일방적 승리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없어요. 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이라크전에 반대해 온 나라들이 다시 전열을 정비해 미국 견제에 나선 것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독주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한층 강화된 헤게모니(패권)를 바탕으로 미국의 일방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걱정하고 있는 거지요.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없지 않아요. 미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자국의 안전과 국익을 위해서는 선제 공격도 불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어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이 전쟁을 강행함으로써 국제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전쟁을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요. 더구나 미국이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는 아직 이라크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따라서 이번 전쟁이 국제사회의 반미 감정과 대미(對美) 견제 심리를 부추겨 오히려 미국의 지도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2.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로 미국과 국제사회는 더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요.

미국은 오래 전부터 중동에서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 테러의 위험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해 왔어요.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면 종교적 극단주의에 의한 테러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현재 터키.레바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동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전히 왕정을 유지하는 나라들도 있고, 무늬만 민주주의인 나라들도 있어요. 이처럼 강압적인 통치가 테러의 씨앗이 되는 측면을 물론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이라크에 민주국가가 들어서면 중동의 민주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른바 민주화 도미노 현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의 승리를 계기로 아랍 정권들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이미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고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들이 다음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아랍인들의 시각은 달라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동의 평화는 요원하다는 거지요. 미국이 이스라엘을 편드는 자세를 유지하는 한 테러는 근절될 수 없다는 겁니다.

3. 이라크전을 시작하기 전 미국은 이.팔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국제사회에 약속하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이라크전에 대한 아랍권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은 이.팔 분쟁의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다짐했어요.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공언도 해왔고요.

하지만 아랍인들은 미국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어요. 이라크전의 승리를 발판으로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으로 분쟁 해결을 모색할 거라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잘만 쇼발 총리 보좌관이 "팔레스타인은 이번 전쟁에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기 바란다"고 경고한 것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이.팔 유혈 분쟁은 지난 55년간 국제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매우 어려운 사안이에요. 미국이 진정으로 중동의 평화를 원하고 테러를 뿌리뽑겠다면 이.팔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이 이라크 전후 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인지와 함께 이.팔 분쟁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동 평화 전망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4. 앞으로 이라크는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이 의도하는 민주국가로 다시 탄생하게 되나요. 또 그 가능성은 있나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지난 7~8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2년 내 새 이라크 민주 정부 수립 구상에 합의했어요.

현재까지 알려진 양국의 합의 내용은 세 단계로 구성돼 있어요. 첫 단계에서는 군정 행정기구인 재건.인도 지원처(ORHA)를 이라크에 설치해 3개월 동안 전후 처리를 맡길 예정입니다. 그러나 군정 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둘째 단계는 이라크인을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입니다. 9개월로 예정돼 있지만 이 역시 유동적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과도정부의 유력한 수반으로는 반체제 인사인 아흐마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의장과 모하마드 알하킴 이라크 이슬람혁명평의회(SCIRI)의장이 꼽히고 있어요.

알하킴 의장은 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 이슬람교의 지도자이긴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친미성향을 가진 찰라비 의장을 수반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최종 단계는 제헌의회를 구성해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약 1년에 걸쳐 제헌의회는 헌법을 제정하고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실시해 새 정부를 출범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2년 내 민주정부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이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예요. 전쟁에 반대했던 나라들이 이라크 전후 처리를 유엔에 맡기자며 미국과 영국의 주도권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반미 성향의 이라크 내 반체제 단체나 부족 세력이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정민 기자

<바로잡습니다>

4월 14일자 17면 틴틴월드에 들어간 지도에서 러시아령인 사할린을 일본 영토인 것처럼 잘못 표시해 바로잡습니다. 또 북한.이란.시리아를 '향후 공격 대상국가'라고 했으나 '향후 공격 가능국가'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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