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주 돌보는 할머니 삶의 만족도 높다

중앙일보

입력

 김명옥(56ㆍ경기 일산)씨는 손녀(3)를 2년째 맡아 기르고 있다. 결혼 후 분가했던 아들ㆍ며느리가 손녀가 돌이 됐을 때 살림을 합쳤다. 며느리가 1년간 육아휴직을 끝내고 다시 직장을 나가야 해서 김씨에게 함께 살자 먼저 제안했다. 현재 김씨는 매월 100만원을 아들로부터 받는다. 그러나 돈 때문에 손녀 양육을 도맡은 것은 아니다. 김씨는 “손녀를 키우는 것은 물론 살림도 도맡다시피 해서 허리며 손목 등 안아픈 데가 없다”면서도 “손녀가 예쁜 짓을 할 때면 아픈 줄도 모르고 마냥 즐겁다”고 말했다.

손자ㆍ녀를 돌본 경험이 있는 할머니가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전혜정 교수는 14일 육아정책연구소 학술지 ‘육아정책연구’에 발표한 ‘손자녀 양육 경험이 중노년 여성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고령화연구패널조사 3차년도 자료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0세 이전에 손자·녀 양육을 도와줬다'고 답한 중노년은 삶의 만족도가 61.07점이었다. 반면 손자ㆍ녀 양육 경험이 없는 여성은 57.59점으로 3.48점이 낮았다.

삶의 만족도뿐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도 손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여성이 높았다. 손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여성이 71.49점, 그렇지 않은 여성이 67.48점이었다. 보고서는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가 삶의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할머니들이 손자녀 양육을 통해 자녀와의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이게 삶의 만족도로도 이어지게 됐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 결과는 황혼육아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는 다소 상반된다”며 “손자녀 양육으로 초래될 수 있는 일부 부정적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손주병'으로 불리는 황혼육아의 고통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손자녀 양육 경험의 긍정적 측면에도 주목하고, 긍정적 효과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