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정치 혐오증 키우는 새누리당 대표 선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83호 02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 전당대회 경선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몹시도 우울하고 답답하다. 특히 당 대표에 도전한 서청원·김무성 의원이 벌이는 이전투구는 과연 새누리당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수권정당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서 의원은 11일 합동연설회에서 “김 의원에게 대권 포기를 촉구했으나 거부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서 의원은) 정치 적폐, 청산 대상”이라고 맞받았다. 그동안 두 의원은 세 과시와 줄 세우기, 막말, 네거티브 공세 등 온갖 구태를 보여왔다. 급기야 공개석상에서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공방전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각목부대나 용팔이 같은 조폭이 보이지 않을 뿐 군사독재 시절의 야당 전당대회와 다른 게 뭐냐는 탄식이 새누리당 의원들 입에서도 나온다.

 무엇보다 차기 대선 출마 여부가 경선의 화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대통령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국민이 정하는 것이지 여당 대표 후보자들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서 의원의 발언은 대권을 염두에 둔 김 의원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느슨해진 친박계를 결집시키려는 경선 전술의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정치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는 ‘대권 놀음’ 캠페인은 국민의 실소만 자아낼 뿐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정부·여당은 코너에 몰릴 대로 몰린 상태다. 세월호 참사와 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사태로 올해 초 60%를 넘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오는 7·30 재·보선 결과에 따라선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질 수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은 더욱 엄중하다. 한국은 미국·중국·일본 사이에서 난처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고, 4차 핵실험을 예고하면서 뒤로는 일본과 손잡는 북한의 동태도 심상치 않다.

 서·김 두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계보로 정치를 시작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박근혜 캠프에서 함께 활동했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가 맞은 위기에 책임을 공유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 두 의원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그저 당권을 차지하겠다고 연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는 당 대표와 최고위 원 몇 명 뽑고 박수 치는 자리가 아니다. 집권 1년 반 동안의 잘못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모색하는 변화와 혁신의 장이 돼야 한다. 하지만 서·김 의원의 행태를 보면 누가 당선돼도 앞으로 2년 동안 당과 여의도 정치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의원은 오늘 하루만이라도 국민의 정치 혐오감을 부추기는 진흙탕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 당을 혁신할 비전과 정책을 놓고 누가 대표 감인지 토론으로 승부를 가리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