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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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오하이오」주에「웨스턴·리저브」의과대학이 있다. 여기선 학생이 임상강의에 들기 전에 부속병원에 온 환자 한사람씩을 붙여준다.
그 학생은 환자의 집안사정· 환경위생등에 걸쳐 면밀하고 다각적인 조사를 한다. 환자집도 방문한다.
그 결과를「리포트」로 작성해서 교수에 보인다. 여기 합격해야 비로소 강의받을 자격을 얻는다.
이처럼 의사와 환자의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교육을 거쳐서 비로소 「마커스·월비」와 같은 이상적인 가정의가 생겨난다. 내달부터 서울대병원에서도 우리 나라로선 처음으로 가정의 교육을 시작한다.
우리 나라에선 환자들이 큰 종합병원으로만 몰린다. 의료보험제 실시이후 더욱 그렇게 됐다는 것 이라고 큰 병원 일수륵 시설도 좋고 의사도 좋으려니 하는 생각 때문도 있다.
그러나 실은 좋은 가정의가 드문 탓이 더 크다. 기술이 낮다기 보다도 환자와의 인간관계가 옛 만큼 친밀하지 못한 데에도 큰 까닭이 있다. 「히포크라테스」때부터 의사는「필리아」(애정)와 「데크닉」 (기술) 사이에서 고민해왔다.
그러나 요새는, 의사나 환자나 너무 기술화한 의료방법에만 치우쳐있다. 그래서 가정의가 발붙일 곳이 차차 줄어든 것이다.
「프랑스」의 영화에선 가정의가 잘 등장한다. 그건「프랑스」에선 가정의를 「닥터」 라 하지않고 「무슈」라 부를만큼 친밀한 사이기 때문이다.
심장내과의 세계적인 권위인 「프랑스」의 「드·마티오」박사에 의하면 여기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미국인은 그자리에서 결과를 알려한다. 독일인은 기계가 지닌 과학성을 너무 신뢰하고있다. 「프랑스」인은 그렇지가 않다. 의술도 뽐내지를 않는다.
새로 하겠다는 우리나라의 가정의 교육내용도 너무 기술에만 치중하고 「인간성」은 등한시 되고있는 것 같다.
의료의 기계화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의과학생의 인간성 개발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가령「존스·홉킨즈」의과대학에서는 입학 시험때 의사로서의 적격성이 우선된다. 그래서 시험관은 수험생과 24시간동안 함께 생활하며 판단한다.
우리 나라의 가정의가 겪을 문제는 허다하게 많다. 아무리 휼륭한 가정의라 하더라도 하루30,40 명 이상의 환자를 보면 무리가 온다..
그들에겐 적어도 하루2시간의 여유가 있어 앞서가는 의학지식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마커스·웰비」처럼 자기환자를 언제나 전문의에게 보여줄 수도 있어야한다.
이처럼 종합병원과 가정의와의 연결이 원만하지 않으면 가정의의 쓸모는 적어질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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