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년대를 지향하는 정책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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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0년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확실히 70년대는 한국경제에 있어 도약기라 볼수있지만 못다한 일, 너무 지나친 일도 많았다. 국내외정세는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이런 전환기적 시점에 있어 한국경제가 처해있는 여건은 어떠하며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것인가. 한국경제의「참실력」을 다시한번 진단하고 80년대의 바람직한 진로를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70년대 개발방식의 반성>
70년대 후반기 경제논의의 초점은 전환기경제의 효과적인 대응이었다. 재계·학계는 물론 정부까지도 정책기조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효과적인 대응의 여부가 새국면의 경제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내다보는데 주저하지않는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환기를 논하면서도 정부는 여전히 GNP의 신화에 집착하고있고 기업들은「인플레」의 묘미를 연연해하며 많은 사람들은 보다 높은「인플레」가 계속되리라는 전제아래 행동하고 있다.
소득은 늘어나되 골고루 퍼지지않고 수출은 보다 강화된 지원없이는 채산을 못맞추며 시장·「코스트」개념을 도외시한 중화학건설은 이제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80년대 경제기조는 70년대의 개발지향과 방법, 정책수반의 광범한 반성과 새로운「개발정신」의 모색위에서 비로소 올바른 좌표가 찾아질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무엇보다도 올바른 가치체계가 형성되어야합니다. 경제에서도 사회정의가 구현 되어야지요』(서울대사회대 조순교수)-그것을 위해서는 소득격차의 해소가 가장시급하고 교육·주택·공해등 국민생활환경의 질적향상이 추구되어야한다고 했다.
『실속없이 바쁘기만했지 정작 해야할 일은 못했다』고 평가한 조교수는 산업화가 제기하고있는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정책결정에 많은 참여를>
『우선은 물가와 국제지수를 바로 잡는 일이 급합니다』(경제평론가 이규동씨)-단기적인 대중요법으로 빨리 해결방안을 찾은뒤에 기조전환이 모색되어야한다는 것이다.『이제는 안정이냐 성장이냐의 논쟁을 탈피할 시점』이라는 그는 경제계획 운용방식자체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과거의 단순한 직접규제중심의 실물계획대신 그는「수도계획방식」의 도입을 권고한다. 누가 어떤 공장을 어디에 지어라는 식의 하향식·중앙집권식 실물계획보다는 민간의 투자방향을 유도할 수 있는 간접지원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본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투자·생산정책은 기업가 결정에 맡기는 분권적 민주적·「시스템」이 확립돼야한다는 것이다.
이런「시스템」은 가격기구나 경쟁원리의 정상기능을 전제로하므로 경제정책은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기본임을 강조한다.
『실물자본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사고를 바꾸어야한다』는 서울대 임종철교수는 앞으로 경제에서는 실물요인보다 인간요인의 기여율이 더높아질것이라 내다본다.
이런점에서『앞으로의 정책기조는 안정과 형평에 두어져야한다』며 수출·중화학도 인간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을 주고 단기적으로는 호응받을수 있는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결정방식에서도 시장기구와 명령체제를 혼용할 경우 혼합경제의 단점만 나타날것이라 지적, 민간·비민간부문간의 적절한 분리운영을 충고했다. 정책결정기구에도「프랑스」식의 광범한 이해당사자·세력집단의 제도적참여를 보장해야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쪽은 역시 수요측면을 중시한다.『통화증발에 따른 만성적인「인플레·갭」이 가장 큰 문제지요(정영모 한은이사)-과거에는 경제규모가 작아 별문제였지만 지금은「인플레·갭」의 확산으로 더 이상의 성장자체가 저해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고용문제에서 최대의 인내를 보이면서 당분간 긴축을 계속』해야한다는 것이다.
『80년대의 경제는 전문화를 추구해야합니다』(정수창 OB「그룹」회장)-모두가 성장·팽창일변도여서 망라주의·열거주의가 만연한 결과 경제의 효율도 떨어지고 자원의 낭비도 많았음을 지적한다.
『기업경영이든 국가정책이든 분야별 특화·전문화를 유도,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경영과 정책에서 전문화가 진전돼야 품질이 향상되고 기술혁신과 축적이 가능해져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다는 논리다.

<내수기반 착실히 다져야>
채산안맞는 수출은 국력의 대외누출일뿐이므로 내수의 기반을 착실히 다진 뒤 채산위주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다.
『경제운영 방식이나 정책결정 과정도 개선돼야 합니다』(이규동)-계획자체가 유도방식으로 바뀌면 운용방식 또한 선진국형의 간접운용으로 달라져 정부는 통화나 재정등 총량만 다루고 개별기업을 상대로한 정책은 지양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할 일은 배분정책이나 통화·금리·환율등 매개변수의 활용에만 전념하고「게임의 룰」만 잘정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운용방식을 바꾸면 지금까지 소홀했던「코스트」개념도 되살아나고 중화학건설도 새롭게 비용-효과분석의 기반에서 재구성될수 있다고 했다.『이제는 경제운영에서 무리를 해서는 안됩니다. 원론대로 한다는게 간단하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조교수).
『이제 우리경제도 명실상부하게 민간주도로 나아가야지요. 시장기구에 과감히 맡길때가 되었습니다.
민간기업의 영역이 넓어져야 새로운「아이디어」도 나오고 기술혁신도 가능하지요』(정회장)-그것을 위해서 정부는「인센티브」를 조성하고 학계·재계·관료와의 폭넓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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