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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내 관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4일 전국대학총·학회장회의에서 행한 박찬현문교부장관의 발언은 미구에 다시 문을 열게 된 대학학사관리문제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나라 학원풍토의 장래와도 관련된 본질문제에 대해서까지도 영향이 미칠 함축성을 담고 있다.
현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대학의 선도적 역할을 당부하면서 그는 정치발전에 발맞춘 학원내 관심사의 전진적 개선을 약속 하였다.
우선 그의 이같은 발언은 그 「타이밍」으로 보거나 함축된 외연의 크기로 보거나, 그것이 학생·대학당국자는 물론, 한국을 주시하고 있는 국내외의 모든 이목들에 대해 시의적절한 정책자세로 받아들여질 것이 틀림없다.
주지하다시피 「포스트·10·26」의 우리사회의 동향에 대해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 비단 우리 자신만은 아니다. 한국의 지속적인 안정과 발전을 희구하고 있는 선의의 제3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그 반대로 애써 악의를 품고 우리 사회내부의 혼란과 차질을 고대하고 있을 적들까지도 당면 최대의 관심사는 다름 아닌 우리 대학가의 동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박문교가 국내외에 대해 비상계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들의 개교가 임박했음을 알기고, 현재의 난국을 「대학당국자의 선도적 개선」으로 극복하자고 제언한 것은 우리국민이 그동안 보여준 민족적 자신감의 소치로서 그 구체적인 실천여하에 따라서는 우리 국가의 장래에 대해 밝은 전망을 갖게 해주는 또 하나의 청신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라건대, 대학생 제군과 대학당국자들이 전환기 사회에서의 대학의 임무와 급변하고 있는 대학사회자체의 기능에 대한 보다 깊은 자각을 갖고 자제심을 잃지 않는 가운데 현재의 시국수습을 위해서 선도자적 역할을 말아야할 것으로 믿는다.
이를 위해 정부·계엄당국과 사회의 모든 제도권인사들도 적절한 「채널」을 마련하여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약속된 「전진적 개선」조치를 실기함이 없이 성실하게 실천에 옮김으로써 다시 한번 이 영역에서도 우리 민족의 성숙된 역량을 과시 할수 있게 되기를 촉구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가사회가 지금 위대한 역사적 전만기의 분수령에 처해 있다는 자각을 제고하는 일이라 하겠다. 이 분수령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국가안보와 민생의 안정은 물론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 지느냐, 아니면 급전직하 국가적 위기의 심연으로 전락하고 마느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전만기 사회의 일반적 특성은 기존의 모든 가치체계가 동요하여 사회안에 「아노미」현상과 분극화현상이동시에 일어나는데 있다. 이리하여 역사적 진운을 이끌어가려는 사회세력의 「다이내미즘」은 자칫 세대간·계층간 분열을 조장하기 쉽고,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들은 무수한 역사과정에 대한 세계사적 안목에선 성찰이나 깊은 사색도없이, 「늪속에서의 뢰우」를 바라면서 환상적으로 성급한 이상사회를 기대하는 경향에 젖게되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민족들은 이 질풍노도의 전만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혜안과 용기를 가진 지도자와 지성사회의 객관정신에 귀를 기울일줄 아는 가운데 역사를 전진시키고 더욱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진보의 주체가 다름 아닌 대학사회였다는 것도 세계사가 증명하고 있는바라 하겠다.
우리는 미구에 다시 문을 열게된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같은 숭고한 역사적 사명의식에 투철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반성하고 자기개조에 주력하는 한편, 모든 사회지도권인사들도 힘을 합해 이나라 대학사회의 정상화와 질적 발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기술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으로 믿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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