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국봉의 방구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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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 당주석 화국봉은 지난 4일 서구순방의 마지막 기착지인 「이탈리아」에 도착, 소련팽창주의에 대한 비난과 경고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의 수행원중의 하나인 외상 황화는 화의 이번 여행이 대소동맹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상호 이해증진을 도모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출발당초에 풍겼던 강렬한 반소지향에 비한다면 적잖이 반소지향에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화의 서구순방은 애초에 경제적인 측면과 정치, 군사적인 측면의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었다.
경제적인 측면은 서방측의 발전된 기술과 「플랜트」를 도입하고, 자본투자를 유치하여 「4개의 현대화」를 보다 강력히 뒷받침 하겠다는 취지다.
이것은 「자력갱생」과 폐쇄적인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던 모택동사장으로부터의 「코페르니쿠스」적 탈피를 시사하는 것이며, 화의 서구순방은 이를테면 그것을 위한 수학여행이요 중공왕민들을 향한 홍보이기도한 것이었다.
화는 서구각국을 돌아다니며 주로그곳의 산업시설과 최신 기술체계 및 제품상태를 견학했고, 가는 곳마다 무역증진과 기술제휴·합작투자를 얻어내는데 가장 큰 열의를 보였다.
그리고 서구각국역시 미·일에 뒤질세라 중공의 광활한 시장에 뛰어들 욕구에서 화의 그러한 제의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어쩌면 화의 이번 여행이 거두어들인 최대의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중공은 이제 서방측 국제경제질서의 문턱에 뛰어들려는 찰나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치·군사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화의 이번 여행은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소련팽창주의의 위험성을 고창하는 일방적 전도여행으로 끝나버린 감이 없지 않다.
「대처」수상이 이끌고있는 영국에 갔을때는 「대처」의 강경 반소주의와 화의 반패권주의는 한 순간의 화음을 이룬 것이 사실이긴 하나, 전체적으로는 역시「전도연실」에 그쳤지 서구인들을 「개종」시키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한것 같다.
서구각국은 물론 그나름대로 소련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때문에 그들은 미국의「퍼싱·미사일」배치계획을 열망하고 있는 것이기도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대소위기의식과 중공의 반소주의가 똑같은 궤도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서구각국의 위기의식은 대소「데탕트」라는 번복할 수 없는 궤도위에서 관리되고 있는데반해 중공의 반소주의는 「데탕트」무용론까지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구의「데망트」노선과 중공의 반소통일 전선론이 일치되지 않는 최소한의 이견이 존재하는 것이며, 화국봉의 전도연세이 서구인들을 개종시킬수 없었던 「까닭」이 발견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중공은 오랫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서구와 다시 해후했고, 그 해후를 통해 세계속에 다시 들어오려하고 있다. 이 복귀가 되도록이면 중공의 국제질서 관념을 약간이라드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동북아의 안정유지에도 순응하는 자세로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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