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루이비통 연 매출 20조원 … 한정판만 명품일까

중앙일보

입력 2014.07.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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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강승민 기자

명품(名品)이란 말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어다. 대표적인 게 번역의 적정성을 두고서다. 영어 럭셔리(luxury)를 명품으로 번역해 쓰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엔 반론도 만만찮다. 값비싼 상품, 고가의 사치품이라 하면 될 것을 굳이 ‘우수한 품질’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명품이란 말로 불러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타당해 보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값비싼 상품이라 부른다면 별문제는 없다. 값이 비싸니 비싸다고 부른 것이라 가치 중립적이다. 한데 사치품이라 부르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치는 분에 넘치는 걸 이른다. 그러니 사치품이라 하면 어떤 누구에게도 이런 상품은 분수에 맞지 않는 것, 쓸데없는 소비의 대상이 된다. 사실 이런 논란은 명품이 대중화하면서 생겼다. 명품은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생산되던 것이다. 소수가 만들어 소수가 쓸 땐, 이것을 명품이라 부르든 말든 대중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기업가들이 명품 브랜드를 사들여 대중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용어 논란도 시작됐다.

명품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 인물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다. LVMH 그룹은 루이비통을 비롯, 디올·펜디·로에베 등 패션, 위블로·태그호이어 등 시계, 프레시·디올 등 화장품, 헤네시 코냑과 모에 샴페인 등 수십 개 브랜드를 아우른다. 브랜드 ‘루이비통’을 창업자 비통 가문으로부터 사들인 게 LVMH 그룹의 시작이다. 사업가 집안 출신의 아르노 회장은 특유의 사업 수완으로 오늘날의 LVMH라는 ‘명품 제국’을 일궜다. 지난해 그룹 매출만 290억 유로(약 40조원)다. 브랜드별 매출액을 공개하진 않지만 시장에선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가 루이비통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어림잡아 20조원 어치다. 200만원 짜리 가방이라 치면 1000만 개에 이른다. 굉장히 많은 숫자다. 소수만, 배타적으로 쓸 수 있었던 과거의 명품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다.

용어만 갖고도 대중적 논란을 일으키는 명품 산업은 대중화라는 현실 앞에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는 유지하되 ‘흔해졌다’는 고객의 볼멘소리를 잠재울 만한 무엇인가를 내놓으면서다. 시대 변화에 맞춰 대중적인 상품을 내놓는 동시에, 한쪽에선 매우 희소한 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한정판이나 특별한 소재 여러 가지를 혼합해 쓰는 등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대중 제품은 명품이 아니고, 희소한 한정판만 명품이라 불러야 할까. 어차피 브랜드 이름은 같은데 말이다.

그러니 용어를 둘러싼 논란은 어찌 보면 무의미하다. 사치품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장인의 정성이 깃든 최고의 명품으로 여길 것인지는 결국 소비자 몫이다.

강승민 기자

다음주 화요일(15일) 오후 7시 55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 신’은 ‘여름철 칼·도마·주방가위 제대로 사용하는 법’ 편이다. MC 박지윤과 오미연·김효진·이지연·강승민 5인의 살림꾼이 주부 100명이 꼽은 ‘명품 주방 기구를 이용한 명품 살림’에 관한 1~5위 궁금증을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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