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고동|NICS(신공업국가군)와 그 주변|낮은 임금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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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월20일 태국의「샴」「시멘트」회사 사무실 앞에 약 1천명의 종업원이 모여들었다.
임금인상과 작업환경개선을 요구한데 대한 회사측의 최종답변을 듣기 위해서였다.
노동조합은 4백50「바트」(1「달러」가 20.3「바트」이므로 한화로 약 l만 1천원선)의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8월에 2백60「바트」(약 7천원)를 올려준바 있으므로 응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노조는 있어도 파업은 없다>
일은 그것으로 끝났다.
종업원들은 그 다음날부터 일을 계속했다.
올들어 태국엔 임금인상·근로조건의 개선 등을 요구하는 근로자의 요구가 잇달아 일고있다.
그러나 76년 12월 계엄하의 포고령에 의해 사용자는 쟁의를 이유로 휴·폐업을 못하고 근로자는 파업을 못하도록 하고 있어 극한상태까지는 가지 않고있다.
태국 정부는 노사문제를 다룰 노동재판소의 설립을 추진하려고 관계법규를 상원에서 통과시킨 다음 하원심의에 넘겨놓았다.
「말레이지아」에서는 공무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있으나 그것은 당연한 행사의 하나같았다.
5년만에 임금조정을 하는데 올해가 바로 그 조정연도에 해당된다.
산업별 노조는 있어도 파업온 없다. 「필리핀」도 노동쟁의를 금지하고 있고 이런 사정은 다른 동남아 국가도 비슷하다. 노사분규가 거의 없다는 것은 정부가 쟁의를 금하고 있는 점도 있겠고 동남아인의 특유한 낙천적(나태하다는 뜻으로도 통한다)인 기질에서 연유하는 점도 있는 것같다.
성실하게 일은 하지만 바둥바둥 애를 쓰지는 않아도 되는 자연조건에다 노동력이 아직 풍부하다는 개도국의 공통된 현상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는 한가지 두드러진 충격은 『한국의 임금 경쟁력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인구 90%가 단순노동>
임금격차가 커서 고급두뇌인력의 임금수준은 한국보다 높지만 그 계층은 극히 한정되어있고 노동인구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단순노동력의 임금수준온 무척 낮아 우리가 저임으로 싸울수 있었던 여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우리와 거의 대등한 신공업국가군(NICS)의 임금수준도 우리 보다는 경쟁력을 갖고있다.
고임금→고생산성으로 간다는 「싱가포르」도 외국 유학에서 돌아오는 극히 소수의 고급인력 초임은 월 25만원(한대)선이나 숙련공이 평균 10만원, 미숙련공은 4만 8천원선이다.
큰 섬유공장의 재봉직은 3만 5천원, 운전기사 6만원.
자유중국은 대졸초임 평균 월 10만원, 운전기사 6만 5천원, 단순노동공 4만원선. 「홍콩」은 제조업 평군노임이 월 10만원, 「서비스」업은 12만원선이며 일반공원은 4만원 선이다.
「홍콩」의 특성은 사회환경이 그래서인지 더 나은 환경과 보수에 따라 노동인구가 끝없이 표류한다는 것이다.
78년 9월∼79년 2월까지 6개월간 전체 노동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6만여명이 전직을 했다.
이들 국가의 실업율이 ▲「홍콩」 2.7% ▲자유중국 2.3% ▲「싱가포르」 3.6%(78년기준)로 고수준의 고용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임금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기타 동남아국가의 임금수준은 그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완제품보다 원자재 들여와>
실업율(78년)이 「말레이지아」6.3%, 태국5.6% 등 비교적 고졸인만큼 고용기회가 넓지 않다는데 원인이 있다. 물론 단순한 임금의 비교는 그 나라의 물가수준·구매력 등을 감안할 때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남아 각 국 국민의 의식주 등 기초생활 여건이 한국보다 월등히 좋다는 천연의 혜택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임금수준은 앞으로도 저임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와의 경쟁대상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저임이라는 것은 갈수록 우리보다 월둥한 경쟁력올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동남아는 섬유제품을 완제품보다는 원사로 들여오려 하고있고 그렇게해서 만든 의류값은 저렴하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노동집약적이고 단순공정에 의한 산업분야는 점차 동남아에 물려주는 산업조정기간을 가져야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고부가가치상품생산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고부가가치, 즉 생산성 제고라고해서 황당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예컨대 섬유제품이라면 30수 짜리를 50수, 1백수로 고급화 하든가, 흑백 TV생산을 「컬러」TV생산으로 주력을 돌려 같은 손에서 l백원 짜리를 만들어내던 것을 1천원짜리로 바꾸면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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