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땐 아내 동의 얻어야" 새 법 나와 「이집트」남성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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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카이로=조동국통신원】최근 「이집트」에서는 새 신분법이 제정돼 결혼생활 중 여성의 법적 지위가 크게 향상됐다.
종래에는 남편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이혼, 버림받은 여성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독자적으로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새 신분법은 남편이 이혼을 원한다면 부인의 동의를 얻어야하며 남편소유의 저택을 부인에게 주거나 그에 상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의 지위와 권리를 강조한 「이슬람」전통의 「코란」법이 있긴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의 버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 여성들은 결혼 후 가급적 많은 자녀를 낳기 위해 노력해 왔다.
따라서 「이집트」는 정부주도하의 끈질긴 가족계획계몽에도 불구하고 연2.5% (1백만명) 이상의 높은 인구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집트」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거의 불가능한 여건 속에서도 미국이나 영국과 거의 같은 이혼율(4%)을 기록해 왔다. 이혼율을 줄이고 출생률도 바로 잡으려는데 목표를 둔 이 법은 당장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해 이혼을 하려던 몇몇 남성들이 이혼 후의 부담이 커 이혼을 취소하기도 했다.
어느 식료품상인은 아내와 이혼, 자녀 2명과 함께 집에서 내보냈는데 변호사로부터 새로운 신분법을 들어 알게된 이혼녀가 살던 집의 소유권을 주장하자, 상심한 나머지 자살한 사건도 있다.
전통적으로 남편에 대해 발언권도 적고 순종의 미덕을 가졌던 「이집트」여인들이었지만 이 법으로 이 같은 미덕이 하루아침에 없어졌다고 개탄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일부 종교집단에서는 이혼이 어려워짐에 따라 오히려 간통이 늘어나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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