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네 자매는 어떻게 사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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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부암동l29의29 정씨 집에는 엄마아빠를 기다리다 1백일 째 일기를 써 놓고 잠들었던 어린 딸 4자매는 27일 자정쯤 잠자리서 깨어나 부모들의 참변소식을 전해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밤 부암동 자택에는 정씨의 맏형 해일씨(59·전남 곡성군 입면 약천리)와 둘째형 해동씨의 부인 임옥자씨(42)증손녀 순 옥 양(17)가정부를 비롯해 주연(10), 윤형(9), 우경(7), 여림(4)양 등 4자매 등, 모두 10명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주연양의 외할머니 김순녀씨(57)는 외손녀들을 껴안은 채 졸도, 인근 청람의원에 입원했다.
윤형 양은 1백일동안 꼬박꼬박 써 온 일기장을 붙들고『엄마아빠는 죽지 않았어요. 우리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 드렸거든요. 하느님이 꼭 돌려보내 주실 거예요』라고 말해 참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웃주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윤형 양은 엄마아빠의 살해소식이 믿어지지 않는 듯 28일 상오 8시쯤 학교에 가려고 책가방을 챙기다『집에 있어라』는 큰어머니의 말을 듣고 그때서야 눈물을 글썽였다.
맏형 해 일씨는 전주·금산 등지의 친척들에게 조 전을 쳤고 조의를 표하는 전화가 잇따라 걸려 왔다.
금당가게를 지키던 정씨의 둘째형 해 동 씨는 27일 밤11시30분쯤 수사본부로 부 터 연락을 받고 서울시경 형사과로 달려가『살해된 것이 사실이냐? 믿을 수 없다』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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